- 관광 12개 단체, 8월 3일 공동성명… 갱신허가제·기금 인상 철회 요구
- 문체부 같은 날 반박, “고매출 구간에만 15%… 갱신제는 재허가 아닌 중간평가”
- 3사 추가 부담 900억 추산 vs “단순 계산” 반박… 셈법 공방으로 확전
- 총매출 기준 부과 제주는 별도 트랙, 특별법 개정 여부가 변수
정부가 추진하는 카지노 제도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졌다. 카지노·호텔·여행 등 관광 관련 12개 단체가 8월 3일 공동성명을 내고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상한 인상(10%→15%)과 5년 단위 갱신허가제의 철회를 요구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같은 날 설명자료로 업계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방한 관광 호황으로 실적이 살아난 카지노 산업에 공적 기여를 더 요구하려는 정부와,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 규제만 강화된다는 업계의 인식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모양새다.
12개 단체 “산업 생존 위협하는 과잉 규제”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호텔업협회, 한국여행업협회 등 12개 단체는 8월 3일 공동성명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방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과잉 규제의 즉각 철회를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 개편안을 “국가 복합리조트와 관광 인프라 투자를 위축시키고 관련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을 저해하는 ‘징벌적 규제 폭탄'”으로 규정했다.
성명의 핵심 논거는 기금 산정 기준이다. 카지노업은 당기순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납부하는 업종인데, 지난 10년간 국내 카지노 사업자의 절반가량이 영업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기금을 납부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부담률 상한을 15%로 올리면 적자 폭이 커지고 영세 업체의 파산이 앞당겨지며, 중소 사업자의 경영난과 종사자 고용 불안이 심화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이를 “기업의 생존권과 수만 명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일방적인 통보와 다름없다”고 표현했다.
5년 갱신허가제에 대해서는 장기 투자의 전제인 사업 안정성을 무너뜨린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수천억에서 수조 원이 소요되는 복합리조트 및 인프라 신규 투자는 사업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갱신제 도입은 글로벌 자본의 국내 유치를 차단하고, 한국 관광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스스로 꺾어버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카오와 싱가포르, 필리핀, 일본 등이 카지노·복합리조트 시장 확대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 규제만 강화하면 관광 경쟁력이 떨어지고 관광 수요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이들 단체는 정부에 ▲5년 단위 갱신허가제 추진 즉각 철회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상한 인상안 백지화 ▲관광산업 현장을 반영한 성장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성명에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호텔업협회, 한국여행업협회, 한국MICE협회, 한국테마파크협회, 한국휴양콘도미니엄경영협회, 한국PCO협회, 한국관광유람선업협회, 대한캠핑장협회, 서울특별시관광협회, 한국호텔전문경영인협회,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가 이름을 올렸다.
문체부 “갱신허가제는 재허가 아닌 중간평가”

반격은 같은 날 나왔다. 문체부는 8월 3일 ‘카지노업 관광기금 납부 제도 및 갱신허가제에 대한 설명’ 자료를 내고 업계 주장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며 항목별로 반박했다.
우선 매출액 기준 부과가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싱가포르, 마카오, 일본 등 주요 카지노 운영국도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매출액이 영업이익보다 기업의 담세 능력을 객관적으로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카지노사업자의 헌법소원에 대해 총매출액 기준 부담금 부과는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사실도 근거로 제시했다.
갱신허가제의 성격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문체부는 “갱신허가제는 기존의 허가 조건을 지속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중간 평가 시스템”이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업권을 다시 경쟁에 부치는 ‘재허가’와는 다른 제도라고 밝혔다. 이어 “카지노업은 그 특성상 진입이 자유롭지 못하며, 유사행위를 하는 자는 범죄행위로 처벌하는 특별한 업종인데 특정 민간사업자들에게 유효기간 없이 허가하는 제도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함께 추진되는 카지노 사업권 양도·양수 사전인가제에 대해서는 사업권 거래 과정의 불법 자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적 수준의 관리 체계라고 설명했다.
기금의 성격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문체부는 관광기금이 특정 카지노사업자가 아니라 47개 관광업종을 아우르는 관광산업 전체의 공공재원이며, 외래관광객 유치 마케팅과 지역관광 활성화, 관광사업 융자, 관광벤처 육성, 관광인력 양성 등에 활용된다고 밝혔다. 관광산업 발전과 외래관광객 유치가 다시 카지노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논리다. 카지노업 역시 운영자금 융자 등을 통해 제도 도입 이후 기금의 지원을 받아왔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셈법 공방… “900억 증가” 대 “구간 신설로 훨씬 적어”
숫자를 둘러싼 공방은 이번 충돌의 또 다른 축이다. 현행 관광진흥법 체계에서 카지노 기금은 매출 전체에 단일 요율을 곱하지 않고 소득세처럼 구간별 누진 방식으로 산정된다. 연매출 10억원까지는 1%, 10억원 초과 100억원까지는 5%, 100억원 초과분에는 10%가 적용된다. 개편안은 법률상 상한을 15%로 올린 뒤 시행령으로 이 누진 계단의 맨 위에 고매출 구간을 신설해, 새 기준선을 넘는 매출분에만 인상된 요율을 적용하는 구조다. 고매출 구간의 기준 금액과 실제 적용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카지노사업자 납부금 제도는 1995년부터 부과가 시작돼 30년 넘게 상한 10%가 유지돼 왔다. 문체부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계의 전체 매출은 10.3배, 업체당 평균 매출은 7.8배 늘었고, 2025년 외국인 카지노 매출은 2조2,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집계로는 2025년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된 관광기금이 2,194억7,000만원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많았다.
업계가 체감하는 부담은 주요 3사의 2025년 실적에서 드러난다. 카지노 부문에서만 9,005억원의 매출을 올린 파라다이스는 888억원을 기금으로 납부했는데, 이는 연간 영업이익의 57%에 해당하는 규모다. 롯데관광개발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납부액은 각각 515억원, 409억원으로 영업이익의 35.9%, 77.8% 수준이었다.
| 구분 | 2025년 영업이익 | 기금 납부액 | 영업이익 대비 | 상한 15% 단순 적용 시 |
|---|---|---|---|---|
| 파라다이스 | 1,558억 원 | 888억 원 | 57% | 1,351억 원 |
| 롯데관광개발 | 1,433억 원 | 515억 원 | 35.9% | 715억 원 |
| GKL | 526억 원 | 409억 원 | 77.8% | 638억 원 |
현행 최고 구간 요율을 15%로 바꿔 전체 매출에 단순 적용하면 3사의 추가 부담은 연간 약 900억원으로 계산된다. 파라다이스는 463억원가량 늘어나고, GKL은 추산 납부액(638억원)이 2025년 연간 영업이익(526억원)을 넘어선다. 다만 문체부는 이 같은 계산이 “현행 최고 구간인 10%를 모든 매출에 단순 적용해 계산한 결과”로 사실과 다르며, 신설 고매출 구간의 초과 매출분에만 15%가 적용되는 만큼 실제 추가 부담은 훨씬 낮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기금이 법인 단위가 아니라 카지노 영업장별로 부과되기 때문에 기업 전체 매출로 추산한 금액과도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증권가 추산도 단순 계산보다 낮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부담률이 15%로 인상될 경우 2026년 기준 연간 비용이 파라다이스 약 500억원, 롯데관광개발 약 300억원, GKL 약 2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영업이익 대비 비중을 둘러싼 해석도 갈린다. 문체부는 기금 납부액이 영업이익 산정 전에 비용으로 반영되는 항목이므로 “영업이익의 50~80%를 기금으로 낸다”는 식의 직접 비교는 회계상 개념을 혼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업계는 강원랜드를 제외한 국내 카지노가 모두 외국인 전용으로 운영돼 해외 고객 유치 마케팅과 VIP 관리에 비용이 상시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매출 대비 수익성이 낮은 상태에서 매출 기준 부담이 커지면 신규 투자와 시설 개선 여력이 줄어든다고 맞선다. 코로나19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수년간 경영난을 겪는 동안에도 기금 부담이 이어졌고, 실적이 회복되자마자 부담을 다시 늘리는 것이냐는 불만도 깔려 있다.
시장은 이미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부의 제도개편 검토 소식이 알려진 7월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관광개발은 14.6%, 파라다이스는 13.5%, GKL은 10.8% 급락했다.
제주는 별도 트랙… “총매출 기준” 형평성 논쟁
제주 카지노업계는 이번 개편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니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주 소재 카지노는 관광진흥법이 아닌 제주특별법을 적용받아 도지사 허가로 운영되며, 관광진흥개발기금 대신 제주관광진흥기금을 납부한다. 관광진흥법이 개정되더라도 제주에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향후 제주특별법과 관련 조례가 개정되면 부담률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제주 드림타워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이 이 체계의 적용을 받는다.
쟁점은 산정 방식의 차이다. 제주 카지노는 영업이익과 무관하게 총매출의 10%를 기금으로 납부한다. 반면 내륙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에이전트 수수료 등 일부 영업비용을 제외한 순매출을 기준으로 부담금을 산정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도내 한 카지노 관계자는 “제주와 내륙은 적용 법령과 기금 산정 방식이 다른데도 동일한 잣대로 부담률을 올리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총매출 기준 부과 구조까지 감안하면 업계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정 방식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부담률만 올리면 사실상 이중 부담이 된다는 논리다.
제주도는 신중한 입장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광진흥법이 개정되더라도 제주에는 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특별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현재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내부 검토가 진행된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총매출 기준 부과 방식 자체는 옹호했다. 이 관계자는 “내륙 카지노는 에이전트 수수료 등 영업비용을 제외한 순매출을 기준으로 기금을 산정하지만, 제주는 총매출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다”며 “카지노의 공공성과 글로벌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행 제주 방식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문체부가 추진하는 제도 개선 방향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라면서도 “기금 부담을 일률적으로 높일 경우 사업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제주 카지노산업의 체력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에서 카지노 기금의 무게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주도 집계에 따르면 도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8곳의 2025년 매출은 6,465억원으로 전년(4,589억원)보다 40.8% 늘어 종전 최고치인 2018년(5,112억원)을 넘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이에 따른 기금 납부금도 620억원으로 전년(432억원) 대비 크게 불었다. 카지노 납부금은 제주관광진흥기금 조성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재원이다.
오사카·싱가포르·마카오는 투자 확대
업계가 규제 강화의 시점을 문제 삼는 배경에는 아시아 경쟁국들의 공격적인 육성 행보가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일본이다. 엠지엠(MGM)·오릭스(ORIX) 컨소시엄은 오사카 유메시마(夢洲) 인공섬에 일본 최초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짓고 있으며, 2030년 가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시설은 내국인도 입장료를 내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연간 방문객 약 2,000만명에 연매출 약 33억달러(약 5조원)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카지노업계와 사실상 같은 동북아 고객층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국내 수요 잠식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싱가포르와 마카오도 투자 확대 기조다. 라스베이거스 샌즈(Las Vegas Sands)는 80억달러(약 11조원)를 들여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의 네 번째 타워와 1만5,000석 규모 아레나를 짓는 2단계 확장에 착수했으며, 2031년 1월 개장이 목표다. 마카오는 2022년 말 6개 카지노 사업자의 면허를 갱신하면서 2032년까지 총 1,188억 파타카(약 148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의무화했고, 이 가운데 90% 이상을 비게임 분야와 해외 관광객 유치에 쓰도록 했다. 카지노 중심 도시에서 복합 관광도시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구도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2030년 개장을 목표로 하는 일본 오사카 IR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투자 여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하반기 개정안이 분수령… 남은 절차와 관전 포인트
정부의 명분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다. 2025년 방한 외래관광객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방한 관광객 3,000만명 시대의 조기 달성을 청사진으로 제시한 바 있다. 늘어나는 관광 수요에 맞춰 인프라를 확충할 재원이 필요하고, 관광객 증가의 혜택을 카지노 산업도 누리는 만큼 일정 수준의 추가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절차는 이미 진행 중이다. 문체부는 7월 14일 카지노 업계와 제주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고, 7월 23일에는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관광학회가 국회에서 ‘카지노산업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문체부는 2026년 하반기를 목표로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고매출 구간과 적용률은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업계·전문가·학계 논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 심의와 유예기간, 시행령 개정 절차를 고려하면 실제 부담률 인상은 2028년 이후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제주에 적용하려면 제주특별법과 조례 개정이라는 별도 관문도 남는다.
업계 안에서는 정부 정책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균형 있는 설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금을 확대하더라도 시설 투자나 신규 콘텐츠 개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경쟁국들이 공격적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 상황에서 관광기금 부담이 늘어나면 결국 신규 시설 투자와 해외 마케팅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관광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책이라면 기업의 투자 여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산업 육성과 기업 경쟁력 확보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이번 제도개편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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