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3일 국회 토론회, 기금 상한 15%·5년 갱신제 놓고 정부·업계 정면충돌
- 문체부 “최고 구간 기준, 매출 3,000억원 수준 검토” 첫 언급
- 인스파이어 “연 이자만 1,200억원, 2년 연속 순손실”… 홈플러스 비유까지
- 갱신제엔 법리적 공감대, 관건은 경과규정과 기금 환류 설계
30년 만의 카지노 제도 개편이 처음으로 정부와 업계가 한자리에 마주 앉은 공개 토론대에 올랐다. 7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전남 여수시을)과 한국관광학회가 공동 주최한 ‘관광대국 시대, 카지노업 제도 선진화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상한을 매출의 10%에서 15%로 올리고, 5년 주기 허가 갱신제와 지배주주 변경·양도양수 사전인가제를 도입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개편 구상이 의제였다. 좌장은 서원석 한국관광학회장(경희대 교수)이 맡았고, 이재석 강원대 교수의 발제에 이어 지정토론과 현장 질의응답이 길게 이어졌다.
약 160분간 이어진 토론회에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정부와 학계는 1990년대에 멈춘 제도를 산업 규모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고, 업계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경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가 기업의 존속까지 흔들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다만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문체부가 15% 최고 구간의 적용 문턱으로 ‘연 매출 3,000억원 수준’이라는 숫자를 처음 공개석상에서 꺼낸 것이다.
일주일 만에 토론대에 오르기까지
이번 토론회는 열흘 남짓한 공방의 연장선에 있다. 개편 검토 소식이 7월 14일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15일 주식시장에서 롯데관광개발·파라다이스·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 상장 카지노주가 일제히 두 자릿수 비율로 급락했고, 문체부는 7월 21일 2026년 하반기 내 법 개정 목표를 공식 확인했다.
반격은 하루 만에 나왔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7월 22일 보도자료를 내어 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기금 상한이 15%로 오르고 5년 갱신제까지 도입되면 국내 카지노 업체의 신용등급 악화와 대규모 투자 철회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협회는 일반 부담금이 이익 발생을 전제로 하거나 소득·법인세액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것과 달리 카지노업은 적자 상황에서도 매출액 기준으로 기금을 내는 유일한 업종이라는 점, 최근 10년간 국내 17~18개 카지노 사업자 중 절반가량인 8~15개가 매년 영업 적자를 기록해 온 점을 근거로 들었다. 매출의 2~4%인 개별소비세와 법인세, 지방세를 함께 내는 상황에서 기금 비율까지 오르면 코로나19 여파에서 갓 벗어난 업체들의 파산을 재촉한다는 호소다.
갱신제를 향한 반발의 뿌리는 제도의 역사에 있다. 국내 카지노업은 1994년 이전 3년 주기 허가갱신제로 운영되다가, 1994년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재허가 요건을 충족한 업체에 한해 유효기간 없는 허가 체제로 바뀌었다. 협회는 사업자들이 30년간 영구허가를 전제로 법적 지위와 신뢰를 쌓아온 만큼, 갑작스러운 갱신제 도입은 신뢰 보호와 재산권을 침해하는 과잉금지 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고 주장한다.
주장의 갈래는 여럿이다. 5년마다 허가취소 위험에 노출되면 고용 불안이 상시화되고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드는 장기 투자가 위축돼 산업 경쟁력이 무너진다는 우려도 담겼다. 2015년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미 주요 법령 위반 시 1~2차 처분만으로 사업정지 3개월과 허가취소가 가능한 만큼 갱신제는 ‘옥상옥’이자 이중 규제라는 논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금지된 외국인 전용 체제의 특수성을 무시한 차별적 잣대라는 논리도 폈다. 협회는 주요 경쟁국들이 내수 시장을 개방하거나 자율성을 존중해 산업을 키우는 동안 한국만 규제 강화를 고수하면, 공들여 유치해 온 외국인 VIP 고객을 일본과 동남아시아 경쟁국에 빼앗길 수 있다며 두 방안의 즉시 철회와 정책적 육성·지원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영구면허에 안주했다”… 정부·국회가 그린 개편의 명분
토론회를 주최한 조계원 의원은 개편의 초점을 면허 체계에 뒀다. 그는 “카지노는 체류형 관광을 견인하는 핵심 콘텐츠임에도, 그간 사실상의 영구면허에 안주해 경영 혁신과 투명한 투자가 저해돼 온 측면이 있다”며 영구면허를 5년 주기 심사·갱신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이번 논의가 업계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건전하고 투명한 성장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고갈 위기에 놓인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확충해 관광산업 전반과 카지노업이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되, 구체적 기금 부담률은 향후 시행령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부 측 축사와 발제도 같은 결이었다. 강정원 문체부 관광정책실장은 방한 외래객이 전년 대비 20% 이상 급증하고 카지노 산업의 외형도 10배 넘게 커졌다는 점을 들어, “이번 제도 개선의 목적은 결코 산업을 위축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산업이 건전하게 성장할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이재석 강원대 교수는 미국 네바다와 마카오, 싱가포르, 일본의 사례를 짚으며 글로벌 카지노 산업이 사업권 갱신과 엄격한 소유권 관리, 이익의 공적 환수, 전문 감독기구라는 네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1995년 관광진흥법 편입 이후 외국인 카지노 전체 매출이 10.3배 늘었는데 제도는 30년 전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다.

문체부 실무진은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명진 문체부 카지노산업정책팀장은 주요 카지노 운영국들이 사업자의 허가 요건 충족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은 특정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발전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0년 전 제도를 지금까지 유지하면서 앞으로 30년 갈 수 있을지는 다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법리적 뒷받침도 나왔다. 방극봉 연세대 교수는 카지노가 국가 특허 성격의 사업인 만큼 일정 주기마다 적격성을 점검하는 갱신제와 사전인가제 도입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3,000억원’이라는 숫자가 처음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실질적인 정보는 김나나 문체부 융복합관광과장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기금 부담률 조정을 업계의 특수성과 경영 여건을 고려해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지속 협의하겠다면서, “관광기금 최대 15% 누진 구간은 매출 규모 기준을 3,000억원 수준이라든지 새롭게 설정해 적용하려는 것으로, 일괄적으로 바꿔 적용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연 매출 100억원을 넘는 모든 사업장에 일괄 15%를 물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누진 구조(10억원 이하 1%, 10억~100억원 5%, 100억원 초과 10%) 위에 고매출 구간을 새로 얹겠다는 뜻이다. 문체부는 앞서 7월 22일 설명자료에서도 ‘주요 3사 추가 부담 900억원 내외’라는 일부 보도가 사실이 아니며, 인상률은 신설 고매출 구간에만 적용된다고 반박한 바 있다.
다만 3,000억원이라는 기준의 산정 근거와 배경은 설명되지 않았다. 기금이 법인이 아니라 사업장별로 부과되는 구조여서, 문턱이 어디에 그어지느냐에 따라 회사별 영향은 크게 갈린다. 파라다이스의 워커힐·파라다이스시티, 롯데관광개발의 제주 드림타워처럼 연 매출 수천억 원대 대형 영업장은 사정권에 들어가는 반면, 서울 2곳과 부산 1곳으로 매출이 분산된 GKL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인스파이어 카지노도 매출 성장세를 감안하면 머지않아 문턱에 닿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누진 구조 자체가 형해화됐다는 지적은 정부 바깥에서도 나왔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육지에서 영업 중인 대부분 카지노가 연 매출 100억원을 넘겨 사실상 단일 부담률이 된 현행 구간을 문제 삼으며, 라이선스 비용을 별도로 부과하거나 일반(매스) 고객과 VIP 매출에 차등률을 적용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구간을 세분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2030년대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 개장으로 동북아 경쟁이 본격화하는 만큼, 충분한 경과 규정과 함께 기금 체계를 재설계해 카지노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스파이어가 꺼낸 숫자, 그리고 ‘홈플러스’ 비유
업계의 반론은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에서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나왔다. 인스파이어는 2016년 문체부 공모로 복합리조트 사업자에 선정된 외국인 투자 기업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당시 공모 조건은 5억 달러 이상의 외국인 투자와 1조원 이상 투자, 5성급 호텔 1,000실 이상, 국제공연장·국제회의시설 확보였고, 이를 이행하며 지금까지 약 2조원을 투입했다. 단계적 개발에 1조3,000억원의 추가 투자도 남아 있다.
문제는 손익이다. 협회가 공개한 집계를 보면 인스파이어는 2024년 2,645억원, 2025년 1,54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같은 기간 관광진흥개발기금 산정액은 각각 168억원과 280억원이었다. 손실은 줄었는데 기금 부담은 오히려 1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재무 부담의 구조도 무겁다. 리조트 건설을 위한 차입 규모가 1조원을 웃돌아 최고 연 11.25% 금리의 대출을 안고 있고, 연간 이자 비용만 1,200억원을 넘는다. 지속된 적자로 지난해 부채비율은 817.6%까지 치솟았으며, 실적 부진 속에 2025년에는 경영권이 글로벌 사모펀드로 넘어가는 부침도 겪었다. 올해 1조원 넘는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린 상태다.
| 구분 | 2024년 | 2025년 |
|---|---|---|
| 인스파이어 당기순손실 | 2,645억원 | 1,548억원 |
| 관광진흥개발기금 산정액 | 168억원 | 280억원 |
토론회 현장 발언대에 선 강대석 인스파이어 전무는 개장 첫해 1,500억원대 영업적자와 연 1,200억원의 이자 부담을 언급하며 손익분기점이 아직 요원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금 상한을 단기간에 50% 올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어느 외국인 투자자가 대한민국 브랜드를 믿고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기금 인상이 손실 확대와 금융비용 상승,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폈다. 직원 4,000여 명, 가족까지 1만 명 이상의 생계가 걸려 있다며 “복합리조트에서 홈플러스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법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 이것은 우리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호소했다.

최성욱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회장도 같은 지점을 겨눴다. 그는 “카지노를 한쪽에서는 사행산업 규제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관광기금의 주요 재원으로 보는 것은 이중 잣대”라며,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해외 오픈 카지노를 외국인 전용인 국내 카지노의 비교 모델로 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인스파이어와 제주 드림타워처럼 대규모 차입으로 복합리조트를 지은 곳은 금융비용을 반영하면 순손실 상태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규제 강화 발표로 주가가 떨어지면 금융기관의 신용평가에 따라 금리가 오르고 리파이낸싱이 막혀 기업 존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 2030년 오사카 복합리조트가 열리면 카지노를 경험하려는 내국인 수요가 일본으로 빠져나가 외화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내놨다.
기금 부담이 이미 사상 최대라는 통계도 제시됐다. 협회 집계로 2025년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 기준 기금 산정액은 2,194억7,000만원으로 최근 10년 새 최대였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357억600만원)보다 61.7% 늘었다. 1994년 이후 누적 산정액은 2조4,685억원에 이른다.
절충의 재료들, 환류·유예·장기 주기
격돌 속에서도 절충의 실마리는 여럿 제시됐다. 우선 갱신제 자체에 대해서는 업계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공감대가 상대적으로 넓었다. 최영배 가천대 교수는 제한된 공적 사업권에 아무런 재평가가 없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무 건전성과 준법성, 관광산업 기여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되, 기준을 충족한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갱신되도록 명확한 평가 기준과 충분한 경과기간을 두자고 제안했다. 기금에 대해서는 해외 세율의 단순 수치 비교를 경계하며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실질 세 부담과 수익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의 실패를 복기한 제언도 나왔다. 권경상 전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은 과거 3년 단위 허가가 사업 불안과 로비 같은 부작용을 키운 전례를 들어, 도입하더라도 충분한 경과 규정과 명확한 기준을 전제로 10년 또는 20년 수준의 장기 갱신 주기와 개선명령·조건부 갱신 등 단계적 제재를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도 관광기금을 매출 총량 기준으로 걷지 않는다는 점, 입장료·영업시간·베팅한도·매출총량 규제를 별도로 받는 강원랜드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시장 구조가 달라 같은 잣대를 댈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 기업인 인스파이어에는 사업 개시 당시의 조건이 사후에 바뀌는 셈이어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 같은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영업손실 기업에 대한 기금 납부 유예와 함께 관광진흥법에서 카지노를 분리한 별도의 ‘카지노산업법’ 제정, 전문 관리위원회 신설을 검토하자고 했다.
거둔 돈을 어디에 쓸지도 토론회의 주요 쟁점이었다. 김재호 인하공전 교수는 부담률만 높이고 재원의 사용처를 제시하지 않으면 정책 수용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추가 재원을 카지노·복합리조트 산업에 재투자하고 규제 완화와 투자 인센티브를 병행하는 균형을 주문했다. 한덕환 제주도 관광산업과장은 제주 카지노업체가 내는 기금이 제주 관광진흥기금 재원의 약 80%를 차지하고 올해 납부액도 약 620억원에 달한다며, 부담률 상향을 논의한다면 영세 사업자 지원과 고용 안정, 근로환경 개선, 해외 마케팅 지원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는 제주특별법 체계에 따라 도가 기금을 별도 관리하는 지역이라, 같은 개편을 적용하려면 특별법과 조례 개정이라는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
남은 것은 문턱의 높이와 신뢰의 설계다
토론회는 개편의 방향에 대한 공감과 방법에 대한 이견을 동시에 확인한 자리였다. 사실상 영구화된 면허 체계와 사후 신고에 그치는 사업권 거래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데는 학계와 업계 사이에 큰 이견이 없었다. 갈림길은 기금이다. 해외 복합리조트 상당수가 내국인 수요를 기반으로 삼는 것과 달리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애초에 접근 가능한 시장이 다른데, 같은 세율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가 논쟁의 핵심으로 남았다.
공은 다시 정부와 국회로 넘어갔다. 문체부는 2026년 하반기 관광진흥법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고, 조계원 의원은 토론회 이후 관련 개정안을 발의하는 수순으로 알려졌다. 법이 상한을 15%로 열더라도 실제 부담은 시행령이 그릴 누진 구간에서 판가름 난다. 3,000억원이라는 문턱이 어디에 확정되는지, 갱신 심사에 어떤 경과규정과 예측 가능성이 담기는지, 그리고 늘어난 기금이 산업으로 되돌아오는 환류 장치가 설계되는지가 30년 만의 개편이 넘어야 할 실질적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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