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택 전북지사, 취임 첫 회견서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공식화
- 부산 동구 크루즈 특구에 카지노 허가요건 완화 특례 부착
- 금융위 고객확인 강화 추진에 강원랜드 “매출 25.8% 감소” 내부분석
-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 독점, 폐특법 시효 2045년까지
국내에서 내국인이 합법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 정선의 강원랜드 한 곳뿐이다. 25년 넘게 이어진 이 독점 구조가 최근 세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전북 새만금에서는 도지사가 직접 내국인 카지노 유치를 공식화했고, 부산 동구는 카지노 허가요건 완화 특례를 얹은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고객확인 규제가 현실화하면 강원랜드 매출이 4분의 1 넘게 빠질 수 있다는 내부 분석까지 나왔다. 개별 사안은 층위가 제각각이지만, 국내 카지노 지형이 한꺼번에 술렁이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한자리에 놓고 볼 만하다.
독점의 뿌리는 관광진흥법이 아니라 폐특법에 있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강원랜드 독점의 법적 실체다. 카지노업의 근거법인 관광진흥법 제28조는 내국인을 입장시키는 영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강원랜드가 그 원칙의 유일한 예외가 되는 근거는 관광진흥법이 아니라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이다. 석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무너진 태백·정선 일대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1995년 말 제정된 이 법이, 강원랜드에 한해 내국인 출입의 문을 열어줬다.
이 예외는 애초에 시한부로 설계됐다. 폐특법은 처음 10년 기한으로 내국인 카지노라는 특혜를 허용했고, 이후 여러 차례 연장을 거쳤다. 2021년 개정에서는 강원랜드의 내국인 카지노 운영 시한이 2045년 12월 31일까지로 다시 늘어났다. 다만 2045년 이후에는 폐광지역의 경제 진흥 효과와 법률의 목적 달성 여부를 평가해 존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단서가 붙어, 추가 연장의 여지도 함께 남겼다. 새만금이든 어디든 새로 내국인 카지노를 세우려면 이 견고한 예외 구조 자체를 건드려야 한다는 점이, 이후 벌어지는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다.
독점의 무게는 숫자로 볼 때 더 분명해진다. 국내에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17곳과 내·외국인이 모두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1곳(강원랜드)을 합쳐 총 18곳이 운영되고 있다. 강원랜드를 뺀 17곳은 모두 외국인만 받는다. 복합리조트 형태로는 2017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를 비롯해 같은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제주의 신화월드와 드림타워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역시 내국인은 입장할 수 없다. 강원랜드는 이 지형에서 홀로 내국인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은 1조4269억 원, 이 가운데 카지노 매출이 1조2451억 원으로 전체의 85.6%에 이른다. 매출의 절대량을 내국인 도박에 기대고 있는 구조인 셈이다.
새만금 “오픈 카지노”, 도지사가 꺼낸 승부수

가장 정면에서 독점을 겨눈 것은 전북이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7월 13일 전북도청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이른바 ‘오픈 카지노’를 품은 복합리조트를 새만금에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복합리조트 추진 의사를 내비치는 수준에 머물던 논의가, 이날 ‘전북특별법 개정’이라는 구체적 방법론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이 지사의 논리는 규모의 문제로 요약된다. 광활한 새만금 관광레저용지를 채우려면 선도기업 역할을 할 대형 관광시설이 필요한데,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으로는 체류형 관광산업 육성과 대규모 투자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북도는 카지노를 단순 사행시설이 아니라 호텔·컨벤션·쇼핑시설을 결합한 복합리조트의 핵심 시설로 규정한다. 오래 표류해온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개발의 물꼬를 트고, 1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일 현실적 수단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지사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복합리조트 조성 계획과 관련해 새만금개발공사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투자 의향을 가진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 법안이 정리돼 국회를 통과하면 사업이 본격화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내놨다.
방법론을 강원랜드 사례에서 빌려온 대목도 눈에 띈다. 이 지사는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가 정선 하나뿐이라는 점을 짚으며, 강원 역시 카지노를 들이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었으니 새만금도 특별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관광진흥법 개정이라는 정면 돌파 대신 전북특별법 개정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은, 강원랜드가 폐특법이라는 자신만의 특별법으로 태어났듯 새만금도 별도 특별법의 힘을 빌려 소재지·허가 요건의 문턱을 넘겠다는 접근이다. 도박 중독 같은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출입 횟수와 배팅 한도를 정하고 이를 지원하는 체계를 세우면 된다는 것이 이 지사의 방어선이었다.
이미 한 번 좌초한 길, 그리고 제주의 그림자
새만금의 내국인 카지노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의 이원택 지사보다 앞서 김관영 전 전북지사가 국회의원이던 2016년, 내국인 카지노 허용을 담은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강원랜드 독점 붕괴를 우려한 폐광지역과 강원도의 강한 반발, 도박 중독 확산을 걱정한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폐기됐다. 강원랜드의 존립이 곧 폐광지역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저항의 구도가, 이때 이미 선명하게 드러났다.
제주의 사례는 더 최근의 경고음이다. 제주도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이 흔들리자 관광객 전용 카지노, 곧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도입 검토를 카지노업 종합계획에 담았다가, 도의회와 시민사회의 비판 여론에 밀려 해당 검토 계획을 철회했다. 제주도는 내국인 카지노 도입이 제주도의 권한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허가 사항이며, 검토 자체만으로도 강원랜드가 있는 강원 지역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철회 배경으로 들었다. 제주가 2010년에도 같은 검토를 했다가 강원 지역 반대로 접은 전례가 있다는 점까지 더하면, 내국인 카지노 확대가 부딪히는 저항의 결이 분명해진다.
시민사회는 이번에도 날을 세웠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개발 지연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성찰 없이 사행산업 문제를 풀려는 발상이라며, 내국인 카지노를 “하다 하다 안 되면 꺼내는 막장 카드”라고 규정했다. 그는 도박 중독과 지역사회 해체 같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하며, 수요가 부족한 새만금 잼버리 관광용지를 산업용지로 전환해 실제 수요가 있는 기업에 공급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첨단산업과 재생에너지를 축으로 삼아온 새만금의 개발 정체성을 관광·레저 쪽으로 넓힐 것인지를 두고 지역사회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부산 크루즈 특구에 얹힌 ‘카지노 특례’
강원랜드를 직접 겨눈 것은 아니지만,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향한 전국적 관심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가 부산에서 나왔다. 부산 동구가 7월 8일 전국 처음으로 크루즈를 메인 테마로 한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부산에서 새 관광특구가 나온 것은 2008년 용두산·자갈치 이후 18년 만이며, 1994년 해운대를 포함하면 세 번째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 부산역과 차이나타운, 초량전통시장, 초량이바구길,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일본식 가옥 ‘오초량’ 일대를 아우르는 1.48㎢가 특구 구역이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관광진흥개발기금 대여·보조와 국비지원사업, 옥외광고물 기준 완화, 공개공지 사용, 지구단위계획 지정, 분양가 상한제 특례 등과 함께 카지노 허가요건 완화 특례가 적용된다. 이 카지노 특례의 실질은 관광진흥법 제21조에 있다. 이 조항은 카지노업 허가 대상을 국제공항이나 국제여객선터미널이 있는 시·도, 또는 관광특구 안에 있는 최상등급 호텔업이나 국제회의업 시설의 부대시설로 한정하는데, ‘관광특구’라는 지위 자체가 이 입지 요건을 통과하는 하나의 열쇠가 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국인 대상 카지노의 소재지 요건에 관한 것으로, 강원랜드가 쥔 내국인 독점과는 층위가 다르다. 허가 여부도 여전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몫이며, 부산은 애초에 국제여객선터미널을 가진 광역시라 이번 특례가 곧바로 새 카지노 개장을 뜻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 특례가 눈길을 끄는 것은, 카지노를 품은 복합리조트가 침체된 지역경제의 활성화 카드로 반복해서 호명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관광특구 지정효과 분석’은 특구 지정 시 지역경제가 약 5.5% 성장하는 것으로 봤고, 부산시는 1994년 지정된 1세대 특구들(설악·경주·유성·해운대·제주)에서 10~20%가량의 경제 성장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이번 지정을 두고 외국인 관광객 600만 명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크루즈 관광객 유치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만금이 관광레저용지를 채울 명분으로, 부산이 원도심 상권을 살릴 명분으로 각각 카지노를 끌어들이는 구도는 서로 닮아 있다.
매출 4분의 1을 겨눈 금융규제
새 카지노가 언젠가 독점을 흔들 변수라면, 금융당국의 규제는 지금 당장 강원랜드의 실적을 위협하는 변수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추진하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카지노 이용객 전체의 신원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고강도 고객확인이 도입될 경우, 강원랜드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5.8% 감소한다는 강원랜드 내부 분석 자료가 공개됐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300억 원 규모의 손실이다.
이 수치는 두 갈래 피해를 합산한 결과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강원랜드가 이용객 10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금액과 관계없이 카지노 이용 시 신원 정보를 의무적으로 남겨야 한다면 응답자의 약 20%가 재방문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이 고객 기피에 따른 방문객 감소만으로 매출 타격이 19.64%에 달하고, 여기에 신원 정보를 매번 확인하고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게임 회전율 저하 피해가 약 6%가량 추가돼 최종 25.8%가 도출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 분석은 강원랜드가 자체 설문과 내부 가정을 근거로 산출한 것으로, 독립적으로 검증된 수치는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 읽을 필요가 있다.
파장은 강원랜드 한 회사에 그치지 않는다. 강원랜드의 영업 실적은 폐광지역개발기금(폐광기금)과 직접 연동돼 있어, 매출이 꺾이면 태백·정선·영월·삼척 등 폐광지역으로 흘러드는 재원이 함께 줄어든다. 지역 사회단체는 현재 연간 1800억 원대 수준인 폐광기금이 법 통과 시 1300억 원대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본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문관현 의원은 강원랜드를 폐광지역 주민들이 지켜온 생존의 보루라 표현하며 강원도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고, 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 등 사회단체들은 모든 고객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과도한 규제라며 카지노 폐쇄와 상경 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원특별자치도 미래산업국은 폐광지역 4개 시·군 및 강원랜드, 관계 중앙부처와 협의해 피해를 최소화할 제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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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지노 업계가 카지노 기금 상한 인상이라는 규제 압박을 받는 가운데, 독점 구도를 위협하는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추진 또한 지역 사회 반발 등 겹악재에 직면해 있습니다.
벽은 무너질까, 더 높아질까
세 갈래 압박은 성격이 서로 다르다. 새만금은 독점의 예외 구조 자체를 새로 열려는 정면 도전이고, 부산은 외국인 카지노 특례를 매개로 복합리조트 열기를 보여주는 간접 신호이며, 금융규제는 독점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독점 사업자의 수익 기반을 아래에서부터 갉는 압력이다. 방향은 제각각이지만, 강원랜드가 홀로 누려온 자리가 더 이상 조용하지 않다는 점에서는 하나로 모인다.
동시에 강원랜드의 독점을 지키려는 힘도 그만큼 견고하다. 폐광지역의 생존권과 맞물린 이 독점은 2016년 새만금 법안을 무산시켰고 제주의 검토를 두 차례 되돌렸다. 강원랜드 스스로도 내국인 독점 사업권이 2045년 만료된다는 점을 중장기 리스크로 인식하고, 외국인 VIP 유치와 제2카지노영업장·복합문화공간 조성으로 매출 구조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새만금 특별법이 국회라는 좁은 문을 통과할 정치적 동력을 얻을 수 있는지, 금융규제가 어떤 수위로 확정되는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강원랜드가 내국인 의존을 얼마나 덜어내는지다. 25년 넘게 버텨온 벽이 이번에 낮아질지 도리어 더 높아질지는, 앞으로 나올 법안과 규제안이 실체를 갖추는 과정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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