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서 전북 소외론 정면 질타… “무책임”
-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엔 시민사회 “대도민 사기극” 철회 요구
- 발단은 800조 반도체 클러스터… 소외론 원조는 2017년 이재명
-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매립 2050년→2035년·면적 30% 축소
‘새만금 200조원 투자 유치’를 앞세워 당선된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취임 보름 만에 꺼내 든 두 장의 카드가 모두 역풍으로 돌아왔다. 하나는 광주·전남 반도체 투자에 견줘 전북이 밀렸다는 ‘전북 소외론’이고, 다른 하나는 새만금 관광레저용지에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품은 복합리조트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무책임”이라는 표현으로 직접 내리쳤고, 후자는 시민사회와 도의회, 강원 폐광지역까지 가세한 삼면의 반발에 포위됐다. 도백의 승부수가 청와대와 지역사회 양쪽에서 동시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대통령이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 말
이 대통령의 질타는 7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2차 부처 업무보고에서 나왔다. 새만금개발청의 개발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받던 이 대통령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9조원 투자를 “정부로서는 정말 애써서 만들어낸 유치 성과”이자 전망이 가장 좋은 대형 사업의 하나로 꼽으면서, 소외론을 제기하는 쪽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일반 시민은 ‘왜 다른 데다가 저렇게 많이 하고 우리는 이거밖에 안 돼’ 이럴 수 있는데, 책임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은 정말 문제”라는 것이다.
발언의 결은 분명했다. 이 대통령은 삼성이나 SK의 투자는 기업이 경제 원리에 따라 운명을 걸고 내리는 결단이지 공기업을 세우듯 지역별로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실현 불가능한 얘기를 해서 사람들을 더 섭섭하게 만들면 그게 무슨 해결책이냐. 그런 것을 무책임이라고 한다”고 못 박았다. 공직자의 제1 덕목은 책임이며, 책임지지 못할 말로 기분을 맞춰주다 더 나쁜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나쁜 행동이라는 말도 보탰다. 현대차 투자에 대해서는 9조원이 초기 투입 비용일 뿐 사업이 성공하면 몇 배, 몇십 배로 커질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에게 전북에 잘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800조가 만든 균열, 소외론의 원조는 대통령 자신이었다
질타의 배경에는 6월 말부터 이어진 초대형 투자 발표가 있다. 정부는 6월 29~30일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남권에 총 8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공장(팹) 4기를 짓는 계획을 공개했고, 7월 6일에는 이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광주 군공항 부지가 입지로 낙점됐다. 호남에 떨어진 사상 최대 투자였지만 전북은 그 지도에서 빠졌고, 전북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6월 25일 성명을 내어 호남권 내 분산 배치를 요구했다.
이 지사 본인도 전선에 섰다. 그는 6월 30일 인수위 최종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도 전북이 겪는 ‘3중 소외’, 특히 호남 내 차별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결정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공개 비판했다. 다음 날 취임식에서는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축사를 통해 전북의 상실감을 언급하며 가세했고, 8월 17일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에서는 이 논란이 계파 공방으로 번졌다. 전북의 민주당 권리당원이 약 19만 명으로 전남(17만 명)·광주(11만 명)보다 많아, 소외론이 당권 경쟁의 소재로 소비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역설적인 대목은 ‘3중 소외론’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만든 사람이 이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그는 성남시장이던 2017년 2월 전북기자협회 주관 대선 주자 초청 토론회에서 전북을 수도권 집중으로 한 번, 군사정권 시절 영호남 차별로 두 번, 호남 안에서도 광주·전남에 밀려 세 번 소외된 곳으로 규정한 바 있다. 자신이 공감을 얻어낸 언어가 9년 뒤 자기 정부를 겨누는 창이 되어 돌아오자, 실현 불가능한 약속으로 상실감을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로 받아친 구도다.
카지노 구상, 사흘 만에 포위되다
또 하나의 카드인 내국인 카지노는 더 빠르게 수세에 몰렸다. 이 지사는 7월 13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새만금 개발의 앵커 시설로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유치와 이를 위한 특별법 추진을 공식화했는데, 국내에서 내국인 카지노는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강원랜드 한 곳에만 2045년 말까지 예외를 열어준 구조라 법 개정 없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2016년 김관영 당시 국회의원이 같은 취지의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냈다가 강원 폐광지역의 반발 속에 폐기된 전례도 있다.
반발은 사흘 만에 조직화됐다.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새만금도박장저지군산범시민대책위원회 등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대통령 업무보고와 같은 날인 16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추진 중단과 지속 가능한 투자 유치 전략 수립을 요구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등과 정의당 전북도당은 후보 시절 약속한 200조원 투자 유치의 실체가 결국 도박장이었느냐고 따지며 이를 “매표 행위이자 대도민 사기극”으로 규정했다. 단체들은 전북 국회의원들에게 찬반 입장 표명을, 민주당 전북도당에는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고, RE100 산업단지 조성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같은 날 도의회에서도 공개 비판이 나왔다. 강태창 도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1)은 제430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카지노 유치가 “선거 공약이나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소외된 실책을 덮으려는 조급한 보여주기식 무리수라고 백지화를 촉구했다. 그는 전임 도정에서도 세 차례 내국인 카지노 유치가 시도됐다가 무산된 낡은 정책이라는 점, 첨단산업 유치 흐름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점도 지적했다. 여기에 강원랜드 품은 강원 폐광지역 주민들이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반대 대열에 합류하면서, 전북 안팎의 저항선이 동시에 그어졌다.
정부의 답은 ‘매립 축소·공공 주도’였다
이 대통령이 소외론을 반박하며 내놓은 처방은 새만금 개발의 궤도 수정이다. 새만금개발청은 16일 업무보고에서 새만금 기본계획(MP) 재수립 방향을 공개했다. 애초 2050년까지 240.5㎢를 매립하려던 목표를 2035년까지 169.6㎢로 바꿔 시기는 15년 앞당기고 면적은 약 30% 줄이는 것이 골자다. 2011년 산정 기준 22조8000억원이던 매립 예산은 22조4000억원으로 조정되며, 민간 중심이던 매립을 공공 주도로 전환해 산업용지와 기반시설을 먼저 공급한다. 전체 사업구역 409㎢는 유지하되, AI 데이터센터와 로봇·수소 등 현대차 투자와 맞물린 미래산업을 축으로 개발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매립 실적보다 실제 산업 투자가 이뤄지는 새만금을 만들라는 대통령의 주문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이 재편 구상 어디에도 이 지사가 앵커로 내세운 관광레저·카지노는 등장하지 않는다. 정부가 그리는 새만금이 첨단산업 거점이라면, 도지사가 그리는 새만금에는 복합리조트가 얹혀 있어, 두 그림 사이의 간극 자체가 이번 역풍의 또 다른 얼굴인 셈이다.
남은 것은 수습의 방식이다
전북도는 곤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북 소외론과 내국인 카지노 추진 모두 전북 몫을 지키고 새만금을 활성화하기 위한 도지사의 심사숙고의 산물”이라며, 카지노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새만금개발공사와 실행 계획을 다듬어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러서지는 않되 속도는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취임 보름의 성적표는 분명하다. 소외론은 대통령의 공개 반박에 부딪혔고, 카지노는 공론화 절차 없이 던져졌다는 절차적 비판과 사행산업 의존이라는 내용적 비판을 동시에 불렀다. 200조원 투자 유치라는 공약이 실체를 가지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새 카드가 아니라 이미 던진 카드를 지역사회의 동의와 국회의 문턱 앞에서 어떻게 다듬어내느냐다. 특별법이라는 좁은 문과 도민 공론화라는 숙제가 이 지사 앞에 나란히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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