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만금 오픈카지노 공식화에 부산 상공계·관광업계 “부산형 IR” 재논의 목소리
- 2013년부터 북항 복합리조트 추진… 오픈카지노 벽에 번번이 멈춘 이력
- 오사카 12조원 착공, 싱가포르 11조원 증축… 부산은 로드맵 부재
- 크루즈 모항 전략과 맞물린 선상카지노 규제, 제도 개선 병행론
내국인 카지노를 둘러싼 논쟁의 불씨가 전북에서 부산으로 옮겨붙고 있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7월 1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이른바 ‘오픈카지노’를 품은 복합리조트(IR)의 새만금 유치를 공식화하자, 부산 상공계와 관광업계에서 ‘부산형 복합리조트 모델’을 향한 정책 논의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북항 재개발과 글로벌 관광도시 도약을 추진해 온 부산으로서는, 10년 넘게 매듭짓지 못한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숙제를 다른 지역의 손에 이끌려 다시 마주하게 된 형국이다.
전북이 연 문, 부산이 받은 질문
전북의 움직임은 도지사 개인의 발언에 그치지 않는다. 이 지사에 앞서 나경균 새만금개발공사 사장과 지역 정치권이 전북특별법 개정 필요성을 잇따라 거론하며 분위기를 데워 왔고, 나 사장은 국내 대기업 한 곳이 새만금 수변도시 선도복합용지 약 47만㎡에 5조~7조원 규모의 복합리조트 투자 의향을 제시했으며 마카오·싱가포르 기반의 해외 복합리조트 운영사 두 곳도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금기처럼 다뤄지던 오픈카지노가 지역의 핵심 현안으로 올라선 셈이다.
반발도 곧바로 뒤따랐다. 전북 안에서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사행산업 기댄 개발이 아닌 지속 가능한 투자 대안을 요구하며 계획 철회를 촉구했고,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정의당 전북도당도 잇따라 비판 성명을 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 품은 강원 폐광지역의 저항은 이미 진행형이다.
석탄산업전환지역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나 사장이 오픈카지노 도입을 처음 공식 언급했을 때 이를 “망언”으로 규정하는 규탄 성명을 내고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으며, 12월에는 정선·태백·영월·삼척 4개 지역 단체가 꾸린 공동투쟁위원회가 재차 성명을 내고 유치 발언이 반복되면 항의 방문을 포함한 모든 행동에 나서겠다고 투쟁을 예고했다.
2016년 김관영 당시 국회의원이 발의한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법안이 강원의 반발 속에 폐기된 전례까지 더하면 저항의 구도는 선명하다.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이 강원랜드에만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현행 구조에서, 오픈카지노의 신규 도입은 법 개정 없이는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2013년부터 반복된 추진과 후퇴

부산에게 이 논쟁은 낯설지 않다. 부산 경제계는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하려면 관광의 앵커 역할을 할 복합리조트가 필요하고, 조 단위 사업비와 운영비를 감당할 투자를 부르려면 오픈카지노가 사실상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런 논리 위에서 부산시와 상공계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를 모델로 삼아 2013년부터 북항 재개발 지역에 오픈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유치를 추진해 왔다.
부산상공회의소는 2017년부터 유치 운동을 본격화했으나 오픈카지노 허용 여부를 둘러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논의가 멈췄고, 민선 7기 부산시가 오픈카지노를 전제로 한 유치는 어렵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동력은 더 빠졌다. 이후 북항 랜드마크 부지 민간사업자 공모가 응찰 부족으로 유찰되는 등 개발 자체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었다. 부산상의는 2025년 3월 토론회를 열어 오픈카지노를 포함한 부산형 복합리조트 유치 논의에 다시 시동을 걸었고, 이 자리에서는 시민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한 단계적 추진론이 오갔다. 이번 전북발 논쟁은 그 재시동에 외부 동력을 얹은 격이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글로벌 자본이 투자를 결정할 때 카지노 허가를 필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이 현실”이라며, 북항이라는 최적의 입지를 두고 부산이 주저하는 사이 일본 등 주변국이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새로 짓거나 넓히며 관광 경쟁 구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사카는 첫 삽, 싱가포르는 증축
그 관계자가 말한 ‘주변국의 재편’은 수사가 아니라 진행형의 공사판이다. 일본 오사카에서는 MGM리조트인터내셔널과 오릭스(ORIX)가 각각 40%를 출자한 합작사가 인공섬 유메시마의 약 49만㎡ 부지에서 2025년 4월 일본 첫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착공했다. 초기 투자액만 1조2700억엔, 우리 돈 12조원을 넘는 규모로 2030년 가을 개장이 목표다. 운영사는 완공 후 연간 방문객 2000만명, 매출 5200억엔을 내다본다.
싱가포르는 이미 성공한 모델의 판을 더 키우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샌즈(Las Vegas Sands)는 2025년 7월 마리나베이 샌즈 바로 옆에서 ‘IR2’ 확장 공사의 첫 삽을 떴다. 총 80억 달러, 약 11조원을 들여 570실 전 객실 스위트룸의 55층 네 번째 타워와 1만5000석 규모 아레나를 짓는 사업으로, 2031년 1월 개장을 목표로 한다. 개장 15년 차 리조트에 건설비보다 큰돈을 다시 붓는 결정은, 복합리조트가 일회성 개발이 아니라 국가 관광 경쟁력의 기반 시설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극약처방에서 관광 자산으로” 달라진 프레임
전문가들은 카지노를 읽는 틀 자체가 바뀌었다고 진단한다.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의 카지노가 침체된 도시를 살리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면 “이제는 호텔·컨벤션·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고부가가치 관광 자산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이 지난 10년간 구체적인 투자 유치 로드맵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을 아프게 짚으면서, 사회적 안전망을 포함해 실현 가능한 ‘부산형 IR 모델’을 준비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제도 환경에도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부산 동구는 7월 8일 전국 첫 크루즈 테마 관광특구로 지정됐는데, 여기에는 관광진흥법 제21조와 연동된 카지노 허가요건 완화 특례가 함께 붙었다. 이 특례는 어디까지나 외국인 대상 카지노의 입지 요건에 관한 것으로 오픈카지노와는 층위가 다르지만, 카지노를 품은 시설이 지역 활성화의 지렛대로 호명되는 흐름이 부산 안에서도 제도 차원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크루즈 모항의 마지막 퍼즐, 선상카지노
부산의 논의가 새만금과 갈라지는 지점은 크루즈다. 크루즈 모항 도약을 노리는 부산에게 카지노 규제 육상의 복합리조트만이 아니라 바다 위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제 크루즈 산업에서 카지노는 선사의 핵심 수익원이자 승객의 대표적 즐길거리인데, 국내 규제는 이를 반쪽으로 묶어 놓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 외국인은 공해상이라면 선적과 무관하게 선상카지노를 이용할 수 있지만, 내국인은 외국적 크루즈에서 일시 오락 수준으로만 허용될 뿐 한국 국적 크루즈에서는 아예 출입할 수 없다. 국내 항구에서 출발한 배 위에서 우리 국민만 카지노 문 앞에서 돌아서야 하는 구조라, 국적 크루즈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양수산부가 크루즈산업법 개정 등을 통해 규제 완화를 시도했으나 허가권을 쥔 문화체육관광부 신중론에 막혀 진척을 보지 못한 전례도 있다.
업계는 부산항이 잠깐 들르는 기항지를 넘어 여행이 시작되고 끝나는 모항으로 성장하고 대규모 복합리조트 투자와 시너지를 내려면, 크루즈 내 카지노 운영을 포함한 제도 개선 논의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고 본다. 부산 관광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동남아 주요 관광도시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부산도 관광 경쟁력 차원의 논의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전북의 움직임을 계기로 부산형 복합리조트 모델과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은 것은 합의의 경로다
10여 년의 이력이 말해주듯, 부산의 걸림돌은 입지도 자본도 아닌 사회적 합의였다. 오픈카지노 없는 복합리조트는 투자자를 부르지 못했고, 오픈카지노를 앞세운 유치는 시민사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북이 특별법 개정이라는 경로를 먼저 시험대에 올린 지금, 부산이 지켜볼 것은 두 가지다. 새만금 특별법이 강원의 저항과 국회의 문턱을 실제로 통과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박 중독 관리와 지역 환원 같은 안전장치가 어떤 수준으로 설계되는지다. 그 답에 따라 부산형 복합리조트 논의는 다시 서랍으로 들어갈 수도, 이번에야말로 로드맵이라는 실체를 갖출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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