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택 전북지사, 취임 첫 회견서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공식화
- 복합리조트 앵커 시설론…10조원대 민간 자본 유치 명분
- 강원랜드 독점 뚫으려면 전북특별법 개정, 폐특법 벽이 관건
- 시민사회 “막장 카드” 반발, 김관영·제주 좌초 전례도
전북 새만금의 텅 빈 관광레저용지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그 답으로 내국인이 드나드는 카지노를 꺼내 들었다. 이 지사는 7월 13일 전북도청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이른바 ‘오픈 카지노‘를 품은 복합리조트를 새만금에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복합리조트 추진 의사를 내비치는 수준에 머물렀던 논의가, 이날 ‘전북특별법 개정’이라는 구체적 방법론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이원택 지사의 논리는 규모의 문제로 요약된다. 광활한 새만금 관광레저용지를 채우려면 선도기업 역할을 할 대형 관광시설이 필요하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으로는 체류형 관광산업 육성과 대규모 투자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북도는 카지노를 단순 사행시설이 아니라 호텔·컨벤션·쇼핑시설을 결합한 복합리조트의 핵심 시설로 규정한다. 오래 표류해 온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개발의 물꼬를 트고,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일 현실적 수단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원택 지사가 회견에서 실제로 한 말

이원택 지사는 복합리조트 계획을 놓고 새만금개발공사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감한 사안임을 인정하면서도, 직접 만난 적은 없으나 투자 의향을 가진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 법안이 정리돼 국회를 통과하면 사업이 본격화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내놨다. 방법론을 강원랜드 사례에서 빌려온 대목도 눈에 띈다. 이 지사는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는 정선 하나뿐”이라며 강원 역시 카지노를 들이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었으니 새만금도 특별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도박 중독 같은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도 이원택 지사는 나름의 방어선을 그었다. 복합리조트가 지어지면 출입 횟수와 배팅 한도를 정하면 되고, 정선 역시 사회적 문제를 상당 부분 극복해가고 있으니 새만금도 이를 지원하는 체계를 세우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골프장이든 무엇이든 시도는 해봐야 하는데 찬반 논란이 있어 고민이 많다고 토로하면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이전에 “호남에 카지노가 없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카지노가 전북의 새로운 관광·문화 자원을 키우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인식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회견에서는 새만금 광역 행정을 겨냥한 구상도 함께 나왔다. 이원택 지사는 지난 10일 군산·김제·부안 등 새만금 권역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장을 만나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3개 시와 의회가 나아갈 방향을 두고 의견을 나눴고, 특별지자체 구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조만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일주일 안에 협약을 추진하자는 의견까지 오갔으며, 담당 국장이 각 시·군의 의사를 재확인하고 협약 내용을 검토하면 곧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내국인 카지노 독점’이라는 벽의 실체
이 구상이 넘어야 할 첫 관문은 법이다. 국내에서 내국인이 합법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 정선의 강원랜드 한 곳뿐이며, 이 독점은 관광진흥법이 아니라 별도의 특별법에 뿌리를 둔다. 관광진흥법 제28조는 내국인을 입장시켜 영업하는 카지노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데,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 제11조가 강원랜드에 한해 그 예외를 열어준 구조다. 석탄산업 사양화로 무너진 폐광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1995년 마련된 이 법이,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를 떠받치는 근거다.
이 독점 지위는 시한부이면서도 상당히 길게 연장돼 있다. 폐특법은 2021년 3월 개정을 통해 강원랜드의 내국인 카지노 운영 시한을 2045년 12월 31일까지 늘렸다. 새만금에 내국인 카지노를 세우려면 이 견고한 예외 구조를 건드려야 하고, 이 지사가 관광진흥법 개정이 아니라 전북특별법 개정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원랜드가 폐특법이라는 자신만의 특별법으로 태어났듯, 새만금도 별도 특별법의 힘을 빌려 소재지·허가 요건의 문턱을 넘겠다는 접근이다.
현재 국내 카지노 지형을 숫자로 보면 이 독점의 무게가 더 분명해진다. 강원랜드가 최근 제출한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국내에는 외국인 출입 전용 카지노 17곳과 내·외국인이 모두 출입 가능한 카지노 1곳(강원랜드)을 합쳐 총 18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복합리조트 형태로는 2017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를 비롯해 최근 외국인 카지노 시장에 본격 가세한 같은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제주의 신화월드와 드림타워 등이 대표적이다. 강원랜드를 제외한 이들 시설은 모두 외국인만 받을 수 있다.
이미 한 번 좌초한 길, 그리고 제주의 그림자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도 짚어둘 대목이다. 지금의 이원택 지사보다 앞서 김관영 전 전북지사가 국회의원이던 2016년 8월, 당시 국민의당 소속으로 내국인 카지노 허용을 담은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강원랜드 독점 붕괴를 우려한 폐광지역과 강원도의 강한 반발, 도박 중독 확산을 걱정한 시민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폐기됐다. 당시 폐광지역 4개 시·군의 단체장과 의회,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반대에 나섰고, 발의 과정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까지 겹쳤다.
제주의 사례는 더 최근의 경고음이다. 제주도는 코로나19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이 급감하자 관광객 전용 카지노, 곧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도입 검토를 카지노업 종합계획 용역안에 담았다. 그러나 이 검토안은 제주도의회와 시민사회의 비판 여론에 밀렸고, 제주도는 결국 해당 검토 계획을 삭제한 제2차 제주 카지노업 종합계획(2022~2026)을 확정해 발표했다. 제주도는 내국인 전용 카지노 도입이 제주도의 권한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허가 사항이며, 검토 자체만으로도 강원랜드가 있는 강원 지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지금은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고 삭제 이유를 밝혔다. 제주가 2010년에도 같은 검토를 했다가 강원 지역 반대로 접은 전례가 있다는 점까지 더하면, 내국인 카지노 확대가 부딪히는 저항의 결이 분명히 드러난다.
개발 방향을 둘러싼 논쟁으로
시민사회는 이번에도 날을 세웠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개발 지연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성찰 없이 사행산업 문제를 풀려는 발상이라며, 내국인 카지노를 “하다 하다 안 되면 꺼내는 막장 카드”라고 규정했다. 그는 도박 중독과 지역사회 해체 같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하며, 수요가 부족한 새만금 잼버리 관광용지를 산업용지로 전환해 실제 수요가 있는 기업에 공급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원택 지사의 제안은 새만금 개발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으로도 번질 전망이다. 그동안 새만금은 첨단산업과 재생에너지를 축으로 한 미래산업 거점 조성을 기조로 삼아왔다. 여기에 관광·레저와 복합리조트를 결합한 개발 모델을 얹어 외연을 넓힐 것인지, 기존 기조를 지킬 것인지를 두고 지역사회의 본격적인 논의가 불가피해졌다. 결국 관건은 특별법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할 정치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강원랜드 독점을 지키려는 강원 지역과 도박 확산을 우려하는 여론이라는 두 겹의 저항을 어떻게 넘어서는지에 있다. 텅 빈 관광레저용지를 채우겠다는 명분이 실체 있는 계획으로 번역되는 일은 이제 전북도와 국회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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