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방한 러시, 위약금 무는 면세점 vs 최대 실적 올리는 외국인 카지노
- 원화 약세에 일본인 방문객 크게 늘었지만 면세점은 손님 없어 줄줄이 폐업
- 구매력 커진 중화권 VIP 폭발, 복합 리조트 내 숙박·식음료로 번지는 낙수효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일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과거 한국 관광 산업의 가장 큰 두 축이었던 외국인 카지노와 면세점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극심한 불황을 겪은 두 업계는, 엔데믹 이후 완전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면세점이 수천억 원의 위약금을 물고 인천공항에서 짐을 싸는 사이, 외국인 카지노는 매월, 매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중입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같은 존재이지만, 이들의 주 관심 대상과 소비 방식이 달라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코로나 기점으로 바뀐 소비 문화에 불황 겪는 면세점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7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습니다.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로서, 3월 한 달만 204만 6,000명이 입국하며 월간 기준 사상 첫 2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1~4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누적 700만 명에 육박하며,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사상 첫 2,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폭증하는 관광객 덕에 여행수지도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무려 11년 4개월 만의 일입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어려움에 빠진 곳이 있습니다. 바로 면세점 업계입니다. 날로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에도 불구하고 면세점은 유례 없는 불황에 빠져 있습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도 14조 2,249억 원 대비 11.8% 감소한 12조 5,34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이전 2019년 25조 원에 비하면 절반 가량 감소한 것입니다. 이용객 수는 3% 늘어났지만 매출은 도리어 뒷걸음질쳤고, 외국인 매출은 16%나 감소했습니다. 이에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는 작년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했고, 1,900억 원의 위약금을 지불했습니다.
면세점과 달리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외국인 카지노

면세점과 다르게 외국인 카지노는 완전히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금리, 고환율 기조 속에서 달러화와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가 폭락하자, 강력한 구매력을 지닌 중화권 VIP 고객의 방문이 크게 늘어나며 전례 없는 대호황기를 누리는 중입니다.
국내 외국인 카지노 업계 1위 파라다이스 그룹은 2025년 기준 1조 1,499억 원의 매출과 1,56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단일 영업장 기준 국내 1위인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는 전년 대비 61.8% 증가한 4,76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올해 1분기에는 1,562억 원의 매출과 2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GKL 역시 1조 8,0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2019년 대비 28.5% 증가했습니다.
2분기 성적도 화려합니다. 5월 초 중국의 대표적인 연휴인 노동절과 일본 골든위크 연휴 특수까지 겹치며 외국인 카지노 업계는 연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드림타워 카지노의 5월 순매출은 500억 원을 돌파하며 5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으며, 개장 이후 처음으로 이용객 수가 6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5월까지 누적 매출은 2,1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7% 급증했습니다.
인천 영종도와 서울, 부산 등지에 영업장을 갖춘 파라다이스 그룹은 올해 5월까지 누적 매출 4,15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9% 성장했습니다. 특히 드롭액이 지난 5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18.7% 늘어났습니다. 세븐럭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5월 매출 역시 작년보다 40.8% 늘어난 431억 원을 기록하여 연간 누적 매출 1,899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외국인 카지노를 이용하기 위해 복합 리조트를 찾은 관광객들이 복합 리조트 내 숙박 시설과 식음료(F&B) 업장을 이용하며 카지노 외 부문의 매출도 동반 성장하고 있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이 드림타워 리조트 내에 운영하는 그랜드 하얏트 제주 호텔은 지난 5월 1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났습니다. 객실 이용률(OCC)은 87.3%에 달해 사실상 ‘만실’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식음료 업장 역시 전월 대비 8% 증가한 37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여름 성수기 항공 노선 확대와 환율 안정성에 따라 하반기 실적이 다른 양상을 띌 수 있다고 하지만, 하반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 확대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하반기 성적도 낙관적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7~8월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 진입하면 중화권 정기편과 전세기 공급이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하며, “달러와 위안화 환율 우위를 점한 고액 자산가 ‘가오칭’ 고객의 유입이 지속될 경우 국내 외국인 카지노 업체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소비 형태 변화와 원화 약세 속에 희비 엇갈려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점을 멀리 하는 이유는 소비 형태의 변화 때문입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외래 관광객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외국인의 33.5%가 면세점을 주요 쇼핑 장소로 꼽은 데 반해 작년은 14.2%까지 내려갔습니다. 반면 시내 로드숍(거리 상점)을 꼽은 비율은 49.6%에 달해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습니다. 하나카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로드숍인 올리브영의 이용 금액은 전년 대비 106%, 무신사는 343% 급증한 반면 면세점 이용 금액은 고작 40%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게다가 소비의 방향도 달라졌습니다. 면세점 쇼핑이 상품 구매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일회성 소비에 가깝다면, 외국인 카지노는 한국 체류 기간 반복 방문이 가능한 체류형 소비로 꼽힙니다. 특히 국내 외국인 카지노 업체들이 단일 영업장 영업에서 벗어나 숙박, 공연, 식음료를 결합한 복합 리조트 모델로 전환하며 이와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호황을 누리는 파라다이스와 드림타워 카지노, 작년 반등에 성공한 인스파이어 모두 이러한 복합 리조트입니다. 올해 1분기 관광 수입은 58억 달러로 2019년 대비 17.8% 증가했지만, 1인당 지출액은 1,231달러로 2019년 1,290달러 대비 하락하며 면세점으로 집중되던 소비가 로드숍과 복합 리조트, 체험형 소비로 분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면세점의 매출이 급전직하한 데에는 중국인 구매대행업자의 이탈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국인 구매대행업자들은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국내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면세점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수수료 지급을 줄이며 등을 돌렸습니다.
게다가 면세점은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만큼, 원화 약세의 고환율이 이어지자 가격 경쟁력이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카지노는 원화 약세에 힘입어 고액 베팅을 즐기는 중화권 VIP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똑같은 위안화로 손에 쥘 수 있는 원화가 늘어나자, 외국인 자산들의 베팅 심리를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 셈입니다.
사상 유례 없는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 속에서 원화 가치까지 동반 하락하며 일본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환율 부담이 줄어들어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에는 골든위크 연휴를 맞아 일본인 매스(일반 대중) 관광객이 대거 입국하며 하방을 받쳐준 덕에 중국인이 끌고 일본인이 당기는 쌍끌이 효과까지 나타났습니다.
관광객 수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지만, 소비가 향하는 곳이 달라지며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면세점 매출 증가로 이어지던 옛날의 공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한 관광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이 면세점 중심의 쇼핑 관광에서 복합 리조트 중심의 체류형 경험 관광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하며, “관광객 수 증가가 1인당 지출 회복으로 연결되려면 체류 기간 내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면세점도 뼈를 깎는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수익이 적은 점포를 정리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속에 올해 1분기는 회복세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면세점 전체 매출이 3조 1,1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으며, 구매 인원도 739만 명으로 11.1% 늘어난 것입니다. 이에 대기업 면세점 4개 업체가 사상 처음으로 동반 분기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롯데면세점은 7,922억 원의 매출과 32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신라면세점은 8,846억 원의 매출과 12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면세점 업계는 올해 1분기 반등을 계기로 업황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복합 리조트라는 ‘새로운 콘텐츠’가 관광객의 체류 시간과 소비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회복에 들어섰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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