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택 지사, SNS ‘도정 4대 중점’ 명시한 새만금 카지노… 논란 커지자 “원론적 구상” 후퇴
- “도 차원 공식 검토 없었다” 해명에 나경균 사장 “지난해부터 지사와 논의” 정면 배치
- 간부회의에 없던 ‘단식 투쟁’ 발언 보도자료로 배포… 비서실 패싱, 관련자 징계 시사
- 정선군의회 성명·시가지 현수막 확산, 취임 한 달 도정 메시지 관리가 시험대에
취임 일성으로 던진 승부수를 지사 스스로 거둬들이고, 지사가 하지도 않은 발언이 도청 공식 보도자료에 실려 나갔다. 출범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민선 9기 전북도정이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번복’과 ‘허위 보도자료 배포’라는 두 갈래 혼선에 잇따라 휘말렸다. 정책의 무게중심을 잡아야 할 도백의 메시지가 앞뒤로 흔들리고, 그 메시지를 관리해야 할 도청 지휘부의 검증 체계마저 구멍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개별 해프닝이 아니라 도정 신뢰의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기자회견과 SNS의 ‘중점 과제’, 여드레 만의 후퇴
발단은 7월 1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이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이른바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새만금에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광활한 새만금 관광레저용지를 채우려면 앵커 역할을 할 대형 관광시설이 필요하다는 논리였고, 강원 정선의 전례를 들어 “강원 역시 특별법을 만들었고 새만금도 특별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전북특별법 개정이라는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나경균 새만금개발공사 사장과의 논의 과정을 일부 소개하며 “투자할 의사가 있는 업체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발언은 즉흥적 답변에 그치지 않았다. 이 지사는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새만금 광활한 부지를 채울 복합리조트(내국인 카지노 포함) 조성을 위한 전북특별법 개정’을 민선 9기 도정 4대 중점 방향의 하나로 직접 명시했다. 유관기관 협의와 투자 기업 물색까지 언급된 만큼, 복합리조트 추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메시지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메시지는 여드레를 버티지 못했다. 이 지사는 7월 20일 언론을 통해 “질문이 나와서 답한 것일 뿐 실무 차원의 검토를 지시한 적 없다”며 한발 물러섰고,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아니라 원론적인 구상이었을 뿐”이라며 “질문이 나와 부주의하게 답변했을 뿐 추진을 결정한 것은 아니어서 철회 대상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도 차원의 공식 검토는 없었다는 말도 보탰다. 정호윤 비서실장도 22일 기자들과 만나 공약에 담지 않아 검토하지 않았고 취임 후에도 실무자에게 검토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며, 새만금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지사의 해명을 그대로 옮겼다.
되짚어 보면 애초 이 구상은 공식 절차의 어디에도 없던 내용이었다.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유치는 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최종보고서에도, 취임 기자회견 배포자료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강태창 도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1)이 7월 16일 도의회 5분 자유발언에서 선거 공약이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백지화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서에 없던 정책이 회견과 SNS에서 중점 과제로 격상됐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다시 ‘아이디어’로 강등된 셈이다.
“공식 검토 없었다”는 지사, “지난해부터 논의했다”는 사장

문제는 이 해명이 도정 내부의 다른 목소리와 맞물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카지노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진행된 협의나 검토는 없었다”면서, 공식 논의가 없었던 탓에 시민사회의 철회 요구에 대해 도 차원의 입장을 정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도청 실무선에서는 사전 검토도, 협의도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새만금개발공사의 설명은 결이 다르다. 나경균 사장은 최근 “지난해부터 이 지사와 내국인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조성 방안을 논의해 왔다”며 “최근 프랑스 출장 기간에도 국제전화로 관련 사안을 협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식 검토가 없었다는 지사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오픈 카지노 논의를 지역 현안으로 끌어올린 쪽은 공사였다. 나 사장은 2025년 11월 언론 기고를 통해 오픈 카지노 도입을 공개 제안하며 금기를 깼고, 세계적 복합리조트 기업 갤럭시 마카오 회장으로부터 법 개정 시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에는 국내 대기업 한 곳이 새만금 수변도시 선도복합용지 약 47만㎡에 5조~7조원 규모의 복합리조트 투자 의향을 제시했고 마카오·싱가포르 기반 해외 운영사 두 곳도 관심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반년 넘게 축적된 이 흐름 위에서 지사의 취임 회견 발언이 나온 것인데, 정작 논란이 커지자 ‘단순 구상’으로 정리되면서 정책 추진 경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책 추진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도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며, 기자회견이라는 공식 석상과 SNS에서 핵심 과제로 제시한 정책을 논란이 커졌다는 이유로 뒤늦게 단순 아이디어였다고 하는 것 또한 스스로 정책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도청 앞 기자회견에서 정선의 현수막까지
후퇴의 배경에는 사흘 만에 짜인 포위망이 있다.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29개 단체와 새만금도박장저지군산범시민대책위원회는 7월 16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추진 중단과 지속 가능한 투자 유치 전략 수립을 요구했다. 이들은 출입 횟수·베팅 한도 제한으로 부작용을 막겠다는 논리를 도박 중독의 심각성을 가볍게 보는 인식이라고 비판하며, 첨단산업 중심으로 가야 할 새만금 개발 방향과도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 품은 강원 폐광지역의 반발은 더 거셌다. 정선군의회는 7월 21일 성명을 내어 “강원랜드 내국인 카지노는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로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피와 눈물로 쟁취해 낸 유일한 구제 장치이자 법적 권리”라며, 전북도가 이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것은 사행산업의 무분별한 확산을 부추기고 지자체 간 갈등을 조장해 국론을 분열시키는 처사라고 규탄했다. 배왕섭 군의장은 추진 계획이 철회되지 않으면 석탄산업전환지역 시·군, 지역사회단체와 연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했고, 정선 시가지 곳곳에는 새만금 카지노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저항에는 제도적 뿌리가 있다. 내국인 카지노는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강원랜드 한 곳에만 2045년 말까지 예외를 열어준 구조라, 새만금 도입은 법 개정 없이는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2016년 김관영 당시 국회의원이 같은 취지의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강원 폐광지역과 시민사회의 반발 속에 폐기된 전례도 있다. 이번 국면은 그 9년 전 구도가 거의 그대로 재연된 모습이다.
간부회의에 없던 ‘단식 투쟁’이 보도자료에 실렸다
카지노 발빼기 논란이 한창이던 7월 21일, 전북도는 또 하나의 자충수를 뒀다. 도는 이날 간부회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과 관련해 이 지사가 “단식 투쟁이라도 하겠다는 각오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간부회의에서 단식 투쟁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지사의 강한 유치 의지를 부각하려고 실무진이 없던 단어를 끌어다 쓴 것이다.
시점이 공교로웠다. 정부는 7월 14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올해 안에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선도기관 이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전북도는 농협중앙회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산업은행 등을 중점 유치 대상으로 삼아 총력전에 들어간 상태였다. 유치 열기를 보여주려던 자료가 도리어 도정의 메시지 검증 체계에 구멍이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정호윤 비서실장은 7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보도자료에 지사가 직접 하지 않은 발언이 포함됐다며, 대변인실과 기획관실 실무진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작성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해당 자료는 지사와 비서실에 사전 보고되지 않은 채 배포됐다. 정 실장은 여당 소속 단체장이 정부와 지나치게 대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바로잡았다고 설명하면서, 외부의 문제 제기나 정부 측 연락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규정에 따라 조치할 필요가 있다면 조치할 것”이라며 관련자 징계 가능성을 열어뒀다.
취임 한 달, 시험대에 오른 것은 메시지다
두 사건을 관통하는 것은 도백의 말이 만들어지고 관리되는 방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다른 자리도 아닌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화두로 던져진 새만금 카지노가 사실 실체도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며, 여론 비판에 밀려 물러선 것인지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소외된 도내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도백의 메시지는 점층적으로 나아가야지 쉽게 널뛰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도청 내부에서도 자성이 나온다. 도청 사정에 밝은 한 공무원은 지사의 메시지를 외부로 공표하면서 비서실을 거치지 않은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실무자 문책으로 정무진의 실수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북도로서는 수습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카지노 구상을 완전히 접자니 나경균 사장이 쌓아 온 투자 유치 논의와 어긋나고, 밀고 가자니 도민 공론화도 거치지 않은 정책이라는 절차적 비판과 강원의 조직적 저항을 정면으로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 허위 보도자료 파문으로 도청 지휘부의 정무 기능에 대한 불신까지 얹혔다. 200조원 투자 유치를 내걸고 출발한 민선 9기가 첫 달에 확인한 것은, 정책의 성패 이전에 말의 신뢰부터 세워야 한다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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