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양대 복합리조트, 2019년 약속 90억 싱가포르달러 넘어 17조원대 재투자
- 마카오, 2030년 비카지노 GDP 비중 60% 목표… 5년간 22조원 재정 투입
- 관광수입 2040년 최대 500억 싱가포르달러, 국가 전략과 맞물린 확장
- 강원랜드 3조원 K-HIT 마스터플랜, 비카지노 매출 30% 달성이 관건
아시아 카지노 산업의 경쟁 무대가 게임 테이블 밖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본이 오사카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2025년 4월 첫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착공해 2030년 가을 개장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시장 선점 경쟁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카지노가 아닌 호텔·공연장·전시장, 이른바 비(非)카지노 부문에 다시 조 단위 자금을 붓고 있다. 마카오는 한발 더 나아가 비카지노 산업의 비중 확대를 아예 5개년 국가 계획의 핵심 목표로 못 박았다. 내국인 카지노 의존 구조를 벗어나 복합리조트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강원랜드 구상도, 결국 이 흐름 위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복합화 전략의 실험실, 싱가포르
싱가포르 관광의 핵심은 성격이 다른 관광 콘텐츠를 한 공간에 결합하는 복합화 전략이다. 이 전략이 가장 극적으로 구현된 곳이 2010년 나란히 문을 연 도심의 마리나베이 샌즈(Marina Bay Sands)와 센토사섬의 리조트 월드 센토사(Resorts World Sentosa)다. 두 복합리조트는 카지노에 쇼핑과 공연, 전시를 얹어 싱가포르 관광 도약의 발판이 됐다. 춘천에서 온 관광객 김범수 씨는 현지에서 “쇼핑몰도 근처에 있고 관람할 것도 많아 편하다”고 말했다.
복합화는 카지노 리조트만의 공식이 아니다. 싱가포르 북부 만다이 야생동물보호구역도 야생동물 공원에 실내 체험시설과 숙박시설을 더해 체류형 관광단지로 확장하고 있다. 운영사인 만다이 야생동물그룹(Mandai Wildlife Group)은 2025년 다섯 번째 야생동물 공원 ‘레인포레스트 와일드 아시아’를 열었고, 같은 해 4월에는 보호구역 안에 자리한 첫 리조트인 338실 규모의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 바이 반얀트리(Mandai Rainforest Resort by Banyan Tree)가 투숙객을 받기 시작했다.
실내 시설도 잇따라 문을 열었다. 2025년 11월에는 3~12세 어린이를 겨냥한 싱가포르 최대 실내 자연 놀이공간 큐리오시티 코브(Curiosity Cove·4,600㎡)가, 2026년 3월에는 공룡 시대부터 심해까지 다섯 개 세계를 디지털로 구현한 동남아시아 최대급 실내 멀티미디어 체험관 익스플로리아(Exploria·1만㎡)가 개장했다. 만다이 야생동물그룹의 마케팅 총괄 진 최는 “기존 야생동물 공원에 더해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야생동물과 자연을 배울 수 있는 두 개의 새로운 실내 체험시설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날씨와 계절에 좌우되지 않는 실내 콘텐츠로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접근은, 뒤에서 살펴볼 강원랜드 확장 구상과도 정확히 겹치는 대목이다.
90억 달러의 약속이 17조원의 공사판으로

카지노 리조트의 비카지노 확장은 2019년 정부와 사업자 간 거래에서 출발했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등 4개 부처는 2019년 4월 3일 합동 발표에서 두 복합리조트가 총 90억 싱가포르달러(약 9조원) 규모의 비게이밍 투자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 대가로 정부는 두 사업자의 카지노 독점권을 2030년 말까지 연장했고, 동시에 내국인 카지노 입장료를 50% 인상하고 게이밍 세율도 올렸다. 비카지노 투자를 카지노 사업권의 값으로 치르게 한 구조다.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투자 규모는 당초 약속을 훌쩍 넘어섰다. 마리나베이 샌즈를 운영하는 라스베이거스 샌즈(Las Vegas Sands)는 당초 45억 싱가포르달러로 잡았던 확장 사업 ‘IR2’의 총개발비를 미화 80억달러(약 11조원)로 늘려 잡고, 2025년 7월 15일 로렌스 웡(Lawrence Wong)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열었다. 기존 3개 타워 옆에 570실 전 객실 스위트룸의 55층 네 번째 타워를 세우고, 1만5,000석 규모 공연장과 약 1만9,000㎡의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공간을 짓는 사업이다. 2030년 6월 완공, 2031년 초 개장이 목표이며, 2026년 3월에는 현지 건설사 워훕(Woh Hup)과 본공사 계약을 맺고 약 5,000명의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리조트 월드 센토사의 확장 ‘RWS 2.0’도 마찬가지다. 운영사 겐팅 싱가포르(Genting Singapore)는 당초 45억 싱가포르달러였던 투자액을 68억 싱가포르달러(약 7조원)로 키웠고, 2024년 11월 워터프런트 구역 확장에 착수했다. 전체 연면적을 현재보다 약 50%, 16만4,000㎡ 이상 늘리는 계획이다. 이미 2025년 2월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의 새 테마 구역 미니언 랜드(Minion Land)가, 같은 해 7월에는 기존 수족관의 3배 규모로 확장한 싱가포르 오셔너리움(Singapore Oceanarium)이 문을 열었다. 10월에는 183실 전 객실을 스위트룸으로 꾸민 고급 호텔 더 로러스(The Laurus)가 개장했으며, 나머지 워터프런트 개발은 2030년 전후 단계적으로 완공된다. 리조트 월드 센토사의 클레멘트 상무는 “휴양객뿐 아니라 비즈니스 여행객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도록 휴양과 오락, 비즈니스 경험을 한 곳에서 제공하는 하나의 목적지로 통합했다”고 말했다.
| 구분 | 마리나베이 샌즈 ‘IR2’ | 리조트 월드 센토사 ‘RWS 2.0’ |
|---|---|---|
| 2019년 당초 약속 | 45억 싱가포르달러 | 45억 싱가포르달러 |
| 현재 투자액 | 미화 80억달러(약 11조원) | 68억 싱가포르달러(약 7조원) |
| 핵심 시설 | 570실 전 스위트 55층 타워, 1만5,000석 공연장, 약 1만9,000㎡ MICE 공간 | 연면적 50% 확대, 전 스위트 호텔 더 로러스, 싱가포르 오셔너리움, 미니언 랜드 |
| 일정 | 2025년 7월 착공, 2031년 초 개장 목표 | 2024년 11월 워터프런트 착공, 2030년 전후 완공 |
2040년 관광수입 500억 달러… ‘양’이 아니라 ‘단가’
이 같은 민간 투자는 싱가포르 정부의 장기 관광 전략과 맞물려 있다. 싱가포르관광청(Singapore Tourism Board)은 2025년 4월 11일 관광산업 콘퍼런스에서 장기 로드맵 ‘투어리즘 2040’을 발표하고, 2040년 연간 관광수입을 470억~500억 싱가포르달러(약 50조~53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4년 사상 최대치였던 298억 싱가포르달러의 1.7배 수준이다.
주목할 대목은 방문객 수가 아니라 씀씀이를 키우겠다는 방향성이다. 싱가포르관광청은 관광객 수 증가보다 수입 증가 속도가 빠른 ‘질적 관광’을 내세우며, 일반 여행객보다 지출이 두 배가량 많은 MICE 방문객 유치에 집중해 관련 관광수입을 2040년까지 3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마리나베이 샌즈의 1만5,000석 공연장과 대규모 전시 공간 증설은 이 국가 전략의 민간 실행판인 셈이다.
마카오는 ‘비카지노 60%’를 국가 계획에 새겼다
마카오는 비카지노 확대를 국가 발전 계획의 수치 목표로 끌어올렸다. 마카오 공영방송 TDM(Teledifusão de Macau) 등에 따르면 마카오 정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3차 5개년 경제사회발전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비카지노 산업의 부가가치가 지역 GDP의 약 60%를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샘 호 파이(Sam Hou Fai) 행정장관은 8월 11일 중국 시사주간지 기고문에서 향후 5년간 경제 다각화 관련 대형 프로젝트에 약 1,300억 파타카(약 22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히며 “경제의 적정 다각화는 마카오의 장기 번영과 안정을 위한 필수 경로”라고 강조했다.
목표 시점은 오히려 뒤로 밀린 것이다. 마카오는 당초 2024~2028년 경제다각화 계획에서 2028년까지 비카지노 비중 60% 달성을 내걸었으나, 이번 5개년 계획 초안에서 시한을 2030년으로 조정했다. 2024년 기준 비카지노 부가가치 비중은 56.7%로, 남은 격차는 크지 않지만 카지노 매출이 회복세를 탈수록 분모가 함께 커지는 구조여서 달성이 간단치 않다. 정부는 200억 파타카(약 3조4,000억원) 규모의 정부지도기금(government guidance fund)을 연내 출범시켜 첨단기술 등 신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마카오대학 헝친 캠퍼스 완공과 과학기술 연구단지, 국립문화박물관, 공연장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시재생도 병행해 세계문화유산인 성 바울 성당 유적(Ruins of St. Paul’s) 주변에서는 보존 주도의 재활성화 사업이 예고됐다.
민간 사업자들도 이미 같은 방향으로 묶여 있다. 마카오 정부는 2022년 말 6개 카지노 사업자에게 10년짜리 신규 면허를 내주는 대가로 총 1,188억 파타카(약 20조원)의 투자를 약속받았는데, 이 가운데 90%가 넘는 1,087억 파타카가 해외 관광객 유치와 비게이밍 프로젝트 몫이었다. 2023년 시장 전체 카지노 매출이 계약상 기준선인 1,800억 파타카를 넘어서면서 약정 투자액은 20% 늘어난 약 1,405억 파타카로 불어났다. 싱가포르가 독점권 연장을, 마카오가 면허 갱신을 각각 비카지노 투자와 맞바꾼 셈으로, 카지노 사업권의 값을 카지노 밖 인프라로 치르게 하는 방식이 아시아 양대 시장의 공통 문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강원랜드의 시간표, 숫자는 아직 카지노에 있다
국내에서 이 흐름을 정면으로 마주한 곳이 강원랜드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는 2024년 매출 1조4,545억원(연결조정 전) 가운데 85.6%인 1조2,451억원을 카지노에서 벌었다. 비카지노 비중은 14.4%로, 비카지노가 이미 GDP의 절반을 넘는 마카오나 카지노를 여러 콘텐츠의 하나로 배치한 싱가포르와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전환 시도는 진행형이다. 강원랜드는 2024년 4월 2일 ‘케이 히트(K-HIT) 프로젝트 1.0’을 발표하고 2032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자해 비카지노 매출 비중을 13%에서 30%로, 연간 방문객을 680만명에서 1,2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어 2025년 11월 19일에는 창립 27년 만의 첫 종합 발전전략인 ‘K-HIT 마스터플랜’을 공개하며 투자 시계를 2035년까지, 규모를 약 3조원까지 넓혔다. 연간 방문객 1,300만명, 매출 3조5,000억원이 최종 목표다.
마스터플랜의 뼈대도 싱가포르식 복합화와 닮았다. 총 사업비의 71%를 초대형 돔형 엔터테인먼트 공간 ‘그랜드돔’을 중심으로 한 그랜드코어존에 집중해 실내 시설로 산악 리조트의 계절적 한계를 넘고, 숲치유·온천형 객실을 갖춘 웰니스존과 사계절 레포츠존으로 체류형 수요를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접근성 개선을 위한 846m 케이블카 신설과 1,880면 주차장 확충은 2028년 초 준공을 목표로 이미 이사회를 통과했다.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마스터플랜 발표에서 “신규 시설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국가전략산업 지정 추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카지노 규제 완화 등 범정부적 종합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건은 경쟁국과 다르다. 싱가포르와 마카오의 비카지노 투자가 독점권·면허라는 반대급부와 규제 완화를 지렛대로 굴러가는 반면, 강원랜드는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인상과 갱신허가제 도입 논의 등 규제 강화 국면 속에서 자체 재원으로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 처지다. 싱가포르가 다시 대규모 투자에 나선 이유가 카지노 밖 경쟁력 강화에 있듯, 강원랜드의 복합리조트 전환 역시 비카지노 부문에 얼마나 실효성 있게 투자하고 그 시설로 실제 체류와 소비를 만들어내느냐에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2030년 오사카 개장과 싱가포르의 2031년 확장 개장까지 남은 시간은 5년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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