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금 상한 15%·5년 갱신허가제·양수도 사전인가제, 8월 4~5일 반발 전선 확산
- 롯데관광개발 “기관투자자 조기상환 청구·대주단 리파이낸싱 문의” 금융 파장 증언
- 카지노노조협의회, 조계원 의원에 의견서… 갱신·양수도에 고용승계 명시 요구
- 제주 8개 카지노 “대부분 적자”… 관건은 시행령 구간 설계와 법안 발의
정부의 카지노 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반발이 자본시장과 노동, 지역으로 번지며 전선이 세 갈래로 갈라졌다. 8월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간담회에서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계가 조기상환 청구와 리파이낸싱 차질 등 이미 현실화한 금융 파장을 증언했고, 이튿날인 8월 5일에는 카지노 노동조합들이 국회를 찾아 개편안에 고용승계 방안을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7월 14일 개편 검토가 처음 알려진 뒤 상장사 주가 급락, 협회 반박, 국회 토론회, 12개 관광단체 공동성명으로 이어져 온 갈등이 이제 사업자와 투자자, 노동자, 지역 경제를 아우르는 구도로 확대된 셈이다.
개편안의 세 축… 정부 “30년 만의 현실화” vs 업계 “징벌적 규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개편안의 뼈대는 세 가지다.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상한을 현행 총매출액의 10%에서 15%로 올리고, 유효기간 없이 유지돼 온 카지노 허가를 5년 단위 갱신허가제로 전환하며, 사업권 양도·양수에 사전인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행 관광진흥법 체계에서 기금은 사업장별 연매출 10억원 이하 1%, 10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 5%, 100억원 초과분 10%의 누진 구조로 부과되는데, 이 부과 체계가 1995년 제도 도입 이후 30년간 그대로였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우는 개편의 명분이다. 문체부 따르면 같은 기간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전체 매출은 10.3배, 업체 평균 매출은 7.8배 늘었다. 허가 역시 최초 허가 요건이 계속 유지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업계의 반발에 해명으로 맞서고 있다. 8월 3일 낸 설명자료에서 모든 매출에 일괄 15%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매출 구간을 신설해 기준선을 넘는 초과 매출에만 인상률을 물리는 방식이며, 세부 구간은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업계·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확정한다고 밝혔다. 매출액 기준 부과는 미국과 싱가포르, 마카오, 일본 등 주요 카지노 운영국이 채택한 국제 표준이고, 1999년 헌법재판소도 총매출액 기준 부과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갱신허가제에 대해서는 사업권을 원점에서 재공모하는 마카오식 재허가나 국내 면세점 제도와 달리, 허가 조건 유지 여부를 정기 점검하는 ‘중간 평가’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7월 23일 국회 토론회에서는 15% 최고 구간의 문턱으로 연매출 3,000억원 수준이 검토된다는 언급이 문체부에서 처음 나온 바 있다.
| 항목 | 현행 | 개편 방향 | 반발 지점 |
|---|---|---|---|
| 관광진흥개발기금 | 매출 구간별 누진, 상한 10% | 고매출 구간 신설, 초과 매출에 최고 15% | 적자에도 매출 기준 납부, 투자 여력 악화 |
| 카지노 허가 | 유효기간 없는 허가(1994년 법 개정 이후) | 5년 단위 갱신허가제 | 장기 투자 안정성 훼손, 고용 불안 |
| 사업권 양도·양수 | 사후 관리 중심 | 사전인가제 도입 | 인가 심사기준에 고용승계 부재 |
“기금 올리면 투자도 멈춘다”… 간담회에서 쏟아진 증언

한국관광학회와 복합리조트관광연구소는 8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카지노 산업 법·제도 개선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7월 23일 국회 토론회에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된 자리로, 앞선 토론회 패널들이 참관한 가운데 별도 발제나 지정토론 없이 업계 관계자들의 자유 발언으로 진행됐다. 8월 3일 12개 관광단체의 공동성명 발표 이후 문체부가 설명자료로 해명에 나섰지만, 참석자들은 규제 강화가 아닌 투자 안정성과 산업 육성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며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조 단위 투자를 이미 집행한 복합리조트 업계는 기금 상한이 15%로 오르면 흑자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후속 투자까지 막힌다고 경고했다. 김호연 인스파이어 전략담당 이사는 “인스파이어는 단순 카지노 사업자가 아니라 4,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 아레나를 설립하는 등 K-컬처 생태계에 투자하는 복합리조트”라며 “카지노 수익으로 문화 시설과 관광 인프라에 재투자하는 구조인데 기금 인상은 민간 투자 여력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파이어가 세운 아레나는 1만5,000석 규모의 국내 첫 공연 전문 실내 공연장이다. 강대석 인스파이어 법무팀 전무는 정부 정책을 신뢰해 투자했는데 2년 반 만에 제도가 바뀌면 어떤 외국 투자자가 한국을 믿고 투자하겠느냐며, 규제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파장은 이미 자금조달 현장에 번져 있었다. 이장성 롯데관광개발 재무담당 이사는 “관광진흥기금 증세 논란만으로도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외국인전용카지노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4년 7개월간 700억원을 투자해 온 기관투자자가 기금 상향 보도 직후인 7월 30일 주식 전환 대신 조기상환청구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담보대출을 제공한 대주단도 기금 세율이 오르면 리파이낸싱이 가능할지 문의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관광진흥기금 납부 비율이 상향되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롯데관광개발이 2025년 카지노 부문 인건비로 지출한 돈은 566억원으로 매출의 11.9%인데, 관광진흥기금과 개별소비세·교육세를 합친 부담은 매출의 15.7%에 달해 인건비보다 무겁다는 수치도 제시됐다.
시장의 반응도 도마에 올랐다. 김홍균 롯데관광개발 공시담당 이사는 개편 검토가 보도된 다음날인 7월 15일 코스피 지수가 오르는 동안 회사 주가가 급락했고, 지분 7%를 보유했던 국민연금도 2% 이상을 팔았다며 “산업을 키워 세수를 늘려야지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7월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관광개발은 14.6%, 파라다이스는 13.5%, GKL은 10.8% 급락한 바 있다.
“외국인전용 족쇄 찬 채 과도한 부담”… 제주가 체감하는 무게
이날 간담회에서는 제주드림타워카지노 등 제주 지역 업계의 발언이 특히 이어졌다. 권순기 롯데관광개발 경영지원 이사는 “현재의 관광진흥기금마저 외국인전용이라는 족쇄를 고려하면 오히려 해외카지노에 비해 과도하다”며 “K카지노는 J카지노 등과 경쟁해야 하는 국면에서도 국내 카지노 업계는 국가 관광수지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를 참작해서라도 관광진흥기금 인상 규제는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드림타워와 인스파이어, 제주신화월드가 모두 순이익 적자 상태라며 기금이 인상되면 흑자 전환은커녕 파산으로 내몰릴 수 있고 회사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진다고 주장했다. 2030년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 개장으로 한일 간 고객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이라는 점도 짚었다.
제주의 위기감에는 지역 산업 구조가 깔려 있다. 도내 한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제주 8개 카지노 가운데 복합리조트는 드림타워와 신화월드 2곳뿐이고 나머지 6곳은 호텔 내에서 카지노만 운영하는 업체인데 대부분 적자라며, 갱신허가제와 기금 인상은 제도 선진화가 아니라 한국 복합리조트 카지노 산업을 몰락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 카지노는 도내 관광진흥기금 조성의 핵심 재원이기도 해서, 규제 강화가 제주 관광 투자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다만 제주는 이번 관광진흥법 개정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제주 소재 카지노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도지사 허가로 운영되며 중앙정부의 관광진흥개발기금이 아닌 제주관광진흥기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같은 제도를 적용하려면 제주특별법과 관련 조례 개정이라는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제주 업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법 개정이 확정되면 제주에도 같은 기조가 이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제주 카지노는 에이전트 수수료 등을 공제한 순매출 기준으로 부과하는 내륙과 달리 총매출 기준으로 기금을 내고 있어, 산정 방식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인상은 이중 부담이 된다는 형평성 논리도 제기돼 왔다.
노동계 “고용승계 명시하라”… 처음 전면에 나온 노동 의제
간담회 다음날에는 개편 논의에서 비켜서 있던 노동자들이 움직였다. 파라다이스노조와 파라다이스 부산·제주·세가사미인천카지노노조, GKL노조로 구성된 전국카지노노조협의회는 8월 5일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했다. 조 의원은 문체부가 추진하는 개편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협의회는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고용 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가 첫손에 꼽은 문제는 매출액 기준 부과 방식이다. 영업손실이 나도 매출이 늘면 납부액이 커지는 구조여서, 불어난 비용 부담이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는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집계 기준으로 2024회계연도 영업손실 1,564억원, 2025회계연도 영업손실 1,548억원을 냈지만, 관광진흥개발기금 산정액은 같은 기간 168억원에서 280억원으로 오히려 100억원 넘게 늘었다. 적자 폭은 그대로인데 매출이 90% 뛰면서 기금 부담만 불어난 사례다.
허가갱신제와 양수도 사전인가제에 고용안정 장치가 빠져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영업을 포괄적으로 양도하면 양수인이 근로관계도 포괄 승계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확립돼 있지만, 실제 사업 양도 과정에서는 조직 재편과 인력 재배치를 거치며 고용 불안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협의회의 설명이다. 이에 협의회는 기금 부담률 구간을 더 세분화하고 기업의 영업이익이 급격히 줄지 않도록 부담률 기준을 설계할 것, 갱신 거부로 기존 사업자의 면허가 취소되고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때 노동자 고용안정 방안을 필수적으로 마련할 것, 사전인가제 심사기준에 고용승계 여부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강병두 파라다이스카지노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업계와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들었지만 노동자와는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당시에도 임금이 동결되고 성과급 없이 일했는데, 이번 개편으로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리후생, 고용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편안에 노동자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의 우려는 전날 간담회에서도 이미 표출된 바 있다. 황주호 파라다이스시티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기금 부담률 상향이 기업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노동자 임금과 고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다.
공은 국회로… 시행령 구간 설계가 실질을 가른다
정부의 시간표는 이미 나와 있다. 문체부는 7월 21일 올해 하반기 내 법 개정을 목표로 한다고 공식 확인했고, 조계원 의원의 개정안 발의가 그 수순의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노조협의회가 성명이나 집회가 아닌 법안 발의 예정자를 상대로 한 의견서 전달을 택한 것도 입법 국면이 임박했다는 판단에서다.
남은 쟁점은 개편의 방향보다 설계의 디테일에 가깝다. 법률이 상한을 15%로 올리더라도 실제 부담의 크기는 시행령이 고매출 구간의 문턱을 어디에 긋고 요율을 어떻게 매기느냐에 달려 있고, 갱신허가제의 파장 역시 심사 기준의 예측 가능성과 경과 규정에 좌우된다. 업계는 투자 안정성을, 노동계는 고용승계 명문화를, 제주는 산정 방식의 형평을 각각 요구하며 같은 법안의 다른 조문을 겨누고 있다. 30년 만의 제도 개편이 세 갈래 반발을 어떻게 조문에 담아내느냐가 하반기 입법전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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