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경찰, 강원랜드 사칭 불법 온라인 카지노 조직 58명 검거·5명 구속
- 해외 서버·35개 언어 사이트, 딥페이크 홍보로 국내 이용자 4만여 명·도박자금 780억원
- 대포통장 70여 개 한 달 단위 교체… 범죄수익 15억원 추징보전 전액 인용
- 2024년 2건 차단, 2025년 6월 고소 방침… 반복된 사칭 끝에 나온 수사 성과
공기업 강원랜드 이름을 앞세워 국내 이용자 4만여 명을 끌어들인 불법 온라인 카지노 조직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실시간 카지노 게임을 제공한 혐의(도박공간개설 등)로 국내 총책인 러시아 국적 30대 박모 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우즈베키스탄 국적 20대 장모 씨 등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월 17일 밝혔다. 검거 인원은 모두 58명으로, 대부분 재외동포 출신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굴린 도박판의 규모는 작지 않다. 경찰은 2022년 10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이 사이트에 입금된 내국인 도박자금을 약 780억원으로 추정한다. 사이트는 사이버도박이 합법인 국가에 라이선스를 등록하고 한국어를 포함한 35개 언어로 서비스한 국제 규모의 플랫폼이었다. 강원랜드 사칭 도박사이트는 2024년부터 강원랜드가 반복해서 적발하고 경고해 온 유형의 범죄로, 이번 검거는 그 연장선에서 나온 첫 대규모 수사 성과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로고 도용에 딥페이크까지… ‘공기업 공식 카지노’로 위장
국내 이용자를 끌어들인 핵심 수법은 공기업 사칭이었다. 일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원랜드 로고를 무단 도용한 광고를 올려, 강원랜드가 공식 운영하는 온라인 카지노인 것처럼 꾸몄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합법 카지노라는 인지도를 신뢰의 미끼로 삼은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합성 기술까지 동원됐다. 일당은 유명 스포츠선수의 얼굴과 음성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사이트 홍보에 활용했고, 경찰은 이 영상이 이용자의 신뢰를 얻으려는 장치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로고 도용으로 ‘공식 사이트’라는 외피를 씌우고, 딥페이크로 유명인이 보증하는 듯한 착시를 더한 이중의 위장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사이트에 유입돼 실제 도박에 참여한 국내 이용자는 4만여 명에 달했다.
대포통장 70여 개, 한 달마다 계좌 교체… 점조직 자금관리
자금 관리도 조직적이었다. 일당은 국내 이용자의 도박자금 입·출금을 관리하기 위해 국내 총책, 입출금 통장 관리책, 대포통장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해 점조직 형태로 움직였다. 경찰의 자금 추적을 피하려고 도박자금 계좌를 한 달 단위로 갈아치우는 수법을 썼고, 이 과정에서 사용된 대포통장은 70여 개에 이르렀다.
경찰은 일당의 범죄수익 가운데 약 15억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전액 인용했다. 추징보전은 유죄 확정 전이라도 범죄수익으로 의심되는 재산의 처분을 막아두는 조치로, 수익 은닉과 해외 반출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경찰은 해외에서 활동한 사이트 운영자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 구분 | 내용 |
|---|---|
| 운영 기간 | 2022년 10월~2025년 8월 |
| 사이트 형태 | 해외 서버·35개 언어 실시간 카지노 |
| 국내 이용자 | 4만여 명 |
| 입금 도박자금 | 약 780억원(추정) |
| 검거 인원 | 58명(구속 5명) |
| 대포통장 | 70여 개(한 달 단위 계좌 교체) |
| 추징보전 | 약 15억원(법원 전액 인용) |
처음이 아니다… 2024년부터 이어진 사칭 경보
강원랜드를 사칭한 불법 도박사이트는 이번이 처음 드러난 것이 아니다. 강원랜드는 2024년에도 자체 모니터링으로 자사 사칭 불법 도박사이트 2건을 선제적으로 찾아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차단 조치를 완료했다. 같은 해 강원랜드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한 불법 도박사이트는 3,400여 건에 달했고, 회사는 카이스트와 협력해 인공지능 기반 온라인 불법도박 탐지·분석 시스템을 상용화하며 감시망을 넓혀 왔다.
경보가 가장 크게 울린 것은 2025년 6월이었다. 강원랜드는 자사 로고와 명칭을 도용해 공식 운영 기관인 것처럼 사칭한 불법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를 같은 해 5월 28일 자체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견했다고 6월 13일 밝혔다. 해당 사이트는 인도에 본사를 두고 네덜란드령 카리브해 섬 퀴라소(Curaçao)에서 발급한 라이선스로 운영된 해외 도박 플랫폼으로, 그해 초부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강원랜드가 함께 추적해 온 대상이었다.
당시 강원랜드의 대응은 전방위적이었다. 발견 즉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긴급 차단을 요청했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사안의 심각성을 공유했다. 운영자가 IP를 계속 바꿔가며 사이트 재개설을 반복하자 강원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대형 전광판 등을 통해 ‘강원랜드 사칭 불법 온라인 카지노 주의’ 메시지를 알리는 대국민 캠페인도 병행했다. 이번에 경북경찰이 검거한 조직의 사이트 역시 사이버도박 합법 국가의 라이선스를 내세워 2025년 8월까지 운영됐지만, 2025년 6월 강원랜드가 공개한 사이트와 같은 곳인지는 공개된 수사 발표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102조원대 불법도박 시장, 사칭 범죄가 파고드는 틈
강원랜드 사칭 범죄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거대한 불법도박 시장이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제5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102조7,236억원으로, 2019년의 약 81조5,000억원보다 26%가량 불어났다. 이 가운데 온라인 도박이 37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37%를 차지했고, 증가분의 대부분을 온라인이 이끌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2024년 사행산업 통계 기준 카지노·경마·복권 등 합법 사행산업 총매출이 25조3,000억원이라는 점과 견주면, 불법 시장이 합법 시장을 압도하는 기형적 구조다.
익명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커진 온라인 도박판에서, ‘합법’의 간판은 이용자의 경계심을 허무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국내에서 내국인이 합법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는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한 강원랜드가 유일하고, 온라인 카지노는 운영 주체를 불문하고 전면 불법이다. 그럼에도 ‘강원랜드 공식 온라인 카지노’라는 광고에 4만여 명이 몰렸다는 사실은, 이 간단한 법적 상식이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닿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처벌 수위도 가볍지 않다. 형법 제247조는 영리 목적으로 도박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을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용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형법 제246조에 따라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상습도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이 무거워진다. 사칭 광고에 속아 접속했더라도 불법 사이트에서 돈을 걸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원태 경북경찰청장은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카지노는 강원랜드가 유일하고, 강원랜드는 어떠한 온라인 도박사이트도 운영하지 않는다”며 공기업 명의까지 도용해 국민을 속이는 도박 조직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경북경찰청은 공기업 명칭·로고 도용에 딥페이크 기술까지 동원된 이번 사건의 성격에 주목해, 해외 운영자와 추가 공범, 남은 범죄수익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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