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오는 8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통해 자금세탁방지 등의 규제를 대폭 강화합니다. 개정안에는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 또는 개인 지갑으로 1,0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경우 ‘의심거래’로 간주하여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또한 강화된 고객 확인 의무에 따라 기존의 단순한 고객 신원 확인을 넘어 정부 발행 문서 등을 통한 ‘정확성 검증’ 의무도 신설됐습니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강원랜드 같은 카지노 사업자, 가상자산 사업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8월부터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시행
특금법 개정안은 금융 거래를 이용한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한 법안으로, 금융기관과 가상자산사업자(VASP)에게 고객확인(KYC), 의심거래보고(STR) 등의 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진입 규제를 강화하고, 가상자산 이전 거래(트래블 룰) 관련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확대하여 가상자산 거래의 투명성 확보하는 동시에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려는 목적입니다.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객확인제도(CDD) 정비 (시행령안 제10조의2)
개정안은 특정금융정보법상 ‘합당한 주의로서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조치’를 신원 확인에 더했습니다. 정부 발행 문서 등 신뢰할 만한 출처를 통해 확인된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고객확인 조치를 이행하는 금융회사 등이 실시한 위험평가 결과, 고객이 자금세탁 행위 및 테러 자금 조달 행위의 위험이 높다고 평가한 경우 강화된 고객확인 의무를 실시해야 합니다.
금융회사 등이 8월로 예정된 시행령 시행일에 고위험 상품 및 서비스에 가입한 기존 고객에 대해 강화된 고객확인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므로, 향후 금융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고객확인 이행 시기 명확화 (규정안 제23조의2)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회사 등은 ‘특정금융정보법’ 제5조의2 제1항 각 호에 따른 고객확인을 시행한 후, 특정금융정보법 제4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해당 고객에 대한 고객확인을 이행해야 합니다. 고객확인 절차는 금융 거래가 발생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등은 의심거래보고(이하 “STR”)를 이행하면 우선 고객과의 금융 거래를 중단한 뒤, 강화된 고객확인이 완료된 이후 중단되었던 금융 거래를 재개해야 합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해당 개정안을 준수하기 위하여 STR 이행 후 강화된 고객확인이 완료되기 전까지 고객의 금융 거래를 정지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금융회사 등의 면책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에 구체적인 운영 방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가상자산 이전 시 정보 제공 등 관련 제도 정비
- 현재는 국내 사업자 간 1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 이전 시 송수신인 정보 제공 의무(트래블룰)가 적용되었으나, 100만 원 미만 거래의 비중이 60%에 달해 규제 회피 우려가 높았습니다. 이에 가상자산의 가치나 수량에 관계없이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모든 경우 송신인이 정보를 제공하도록 기준 금액을 전면 폐지했습니다.
- 가상자산을 이전받는 사업자가 가상자산을 이전하려는 사업자로부터 고객의 성명, 고객의 가상자산 주소,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외국인등록번호를 반드시 제공받아야 합니다. 정보를 받지 못한 경우 제공을 요구하고, 제공받지 못하면 해당 거래를 거절해야 합니다.
- 외국 가상자산사업자, 개인 지갑과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 시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됩니다. 1,0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는 의심거래로 간주하여 STR이 필요합니다.
| 거래 상대방 | 필요 조치 |
|---|---|
| 외국 가상자산 사업자 | – 외국 가상자산 사업자 신원 확인으로 자금세탁 위험 평가 – 자금세탁 위험도가 낮은 경우 가상자산 거래 허용 – 자금세탁 위험도가 높은 경우 가상자산 거래 제한 – 고객과 가상자산 이전 거래의 상대방이 동일한 경우 거래 허용 – 거래 유지되는 동안 지속적 위험 평가 |
| 개인 지갑 | – 고객과 가상자산 이전 거래의 상대방이 동일한 경우 거래 허용 – 자금세탁 위험도가 높은 경우 거래 제한 |
| 공통 | – 1,000만 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 거래를 의심거래로 간주 – 1,000만 원 이상 가상자산 이전 거래 STR 필요 – 가상자산 이전 거래 관련 모니터링 강화 |
강원도 폐광지역 주민 반발, “강원랜드 모든 고객 범죄자 취급”
특금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오픈 카지노)인 강원랜드 위치한 강원도 폐광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대에 나섰습니다. 고한·사북·남면·신동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이하 공추위) 등 폐광 지역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특금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강원랜드의 모든 고객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개정안”이라 적극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7월 2일 성명을 내고, “지난 2월부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이 카지노 사업자 대상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꾸준히 연구했고, 6월 내 입법 예고와 함께 연내 실시를 목표로 한 특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습니다. 이어 “입법 추진 과정에서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모든’이라는 단어”라 꼬집었습니다.
공추위는 “특금법 개정안은 카지노에 출입하는 모든 고객의 거래 정보와 신원 정보를 기록하게 하고, 모든 고객을 반복 거래자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는 모든 고객의 카지노 게임 이용 일자와 게임 종류, 칩 구매 및 현금 환전 등의 신원 정보를 기록하고 고객별 거래를 추적하여 재구성하여 관리하겠다는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는 모든 강원랜드 방문객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 성토했습니다.
공추위는 “정부는 국민의 여가 선용이라는 목적을 통해 설립된 강원랜드를 통해 수십조 원의 세금과 관광진흥기금을 가져가는데, 이제는 국민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여 관리하겠다는 것”이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강원랜드는 지금도 이미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위해 고액 환전의 경우 신분 조회 등 관리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추가로 강력한 규제가 시행될 경우 개인정보를 모두 공개하면서까지 강원랜드를 이용할 고객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공추위는 특금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강원랜드의 매출이 25% 감소하고, 폐광 지역 대상 관광진흥기금도 현재의 1,800억 원대에서 1,300억 원대로 줄어들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강원랜드는 문을 닫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주식배당금마저 50%에 가깝게 감소할 경우 폐광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이 송두리째 흔들린다”고 덧붙였습니다. 폐광 지역의 생존권,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허가한 강원랜드의 목줄을 조이는 것은 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논리입니다.
공추위는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시행하고 해외 카지노 원정을 통한 국부 유출을 막으려면 불법 온라인 카지노와 해외 카지노 원정을 막아야 하는데, 오히려 강원랜드의 기존 고객마저 위협하는 특금법 개정은 매우 무책임하고 근시안적인 ‘악법 중의 악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공추위는 특금법 개정은 폐광 주민들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며, 개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카지노 폐쇄 및 상경 투쟁을 벌일 것이라 총력 대응을 경고했습니다.
특금법 개정에 가상자산 업계도 술렁, “업계 다 죽는다”

특금법 개정안에 술렁이는 곳은 카지노 업계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특금법 개정안에서 특별히 꼬집어 언급하고 있는 가상자산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예고한 후 7월 11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했는데, 가상자산 업계는 개정안이 발효될 경우 “가상자산 시장이 다 죽는다”고 말하며 과도한 보고 의무와 처벌 조항에 의한 시장 위축을 우려했습니다.
이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는 전체 가상자산 사업자 27개사의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제출하여 시행령 재검토를 요구했습니다. 일부 개정안이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현행 특금법은 신원 확인만 규정할 뿐, 정보의 진위까지 검증할 의무는 명시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서 별도의 검증 의무를 추가하여 상위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습니다.
의견서에 따르면, 해당 규정이 시행될 경우 가상자산사업자의 의심거래보고(STR) 건수는 전년 대비 약 8,000% 증가한 500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닥사는 보고서에서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1,000만 원이 넘어서면 일괄적으로 의심거래라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한 뒤, “미국 역시 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 및 개인지갑 거래에 대한 STR 등 추가 의무를 부여하지 않으며,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 2,000달러(약 300만 원) 이상의 거래가 있을 때에만 보고 의무를 부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개정안에서 명시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가 주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두나무’, ‘빗썸’, ‘코인원’ 등의 가상자산 거래소와 FIU 사이에서 진행 중인 법적 분쟁 역시 특금법 위반에 따른 제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재판부는 지난 6월, FIU와 두나무의 소송 1심에서 ‘당국의 구체적 지침이 부족하다’며 두나무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FIU는 7월 초 닥사에게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 2단계’ 시행에 대비한 거래소의 준비사항 자료를 요청하는 등, 법인 시장 개방 작업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법인 시장 확대를 앞둔 상황에서 해당 규제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거래 위축을 넘어 시장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될 경우 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의 고액현금거래보고(CTR)는 1,000만 원 이상의 현금 거래에만 적용되는 데 반해, 가상자산 시장은 1,000만 원 이상의 거래에 모두 STR을 적용하는 것이라 부담스럽다”고 말하며, “향후 법인 시장 개방까지 고려하면 1,000만 원 이상의 거래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규모이며, 이것을 일일이 분석하고 보고하는 것은 중소 거래소 입장에서 시스템 및 인력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은행권의 CTR은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거래를 단순히 보고하는 형태라면, STR은 보고를 위한 분석이 수반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상 책임도 부여되기 때문에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 지적했습니다. 모아법률사무소 박성연 변호사는 “자세한 법적 기준을 시행령에서 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1,000만 원이라는 기준이 실제 시장 환경과 거래 실무를 고려했을 때 적정한 기준인지 여부는 가상자산 업계와 충분히 협의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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